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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그때 그 청춘에 마음을 주다

일본 개봉한 <써니> SNS에서 호평받으며 입소문 타는 이유는

지난 5월19일 일본에서 개봉한 <써니>(일본 제목은 <サニ-永遠の仲間たち>(써니-영원한 동지들))가 호평을 받고 있다. 상영극장이 많지 않기 때문에(6월1일 현재 전국 30개 스크린) 흥행성적이 상위를 차지하진 못했지만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에는 영화를 본 사람들의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그중에는 영화 <모테키>로 제35회 일본 아카데미상 화제상을 받은 오오네 히토시 감독이나 소설가 히구치 다케히로 등 유명인들도 다수 있다. 한국에서 1천만 관객을 모은 <괴물> <해운대> <왕의 남자> 등이 흥행이나 비평 면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써니>가 적어도 비평 면에서는 극찬을 받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SNS의 보급과 함께, 한 영화의 흥행 성공 여부에 입소문의 역할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써니>의 스크린 수가 좀더 늘어날 것도 기대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써니>는 한국에서 비평적으로 큰 성과를 얻었던 영화는 아니다. 특히 <씨네21>은 올해 초 <써니>를 ‘2011 과대평가된 한국영화’로 꼽기도 했다. 그 기사를 쓴 황진미 영화평론가는 이렇게 썼다. “결국 <써니>가 말하는 건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퇴행적 운명론이다. <써니>는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우정을 말하는 듯하다. 그러나 친구를 찾고 친구의 마음을 여는 모든 순간, 돈이 활약한다. 궁극적 피날레 역시 유산 잔치다. 결국 <써니>가 말하는 건 ‘돈이면 옛 친구도 살 수 있다’는 신자유주의 이념이다.” 어떤 면에서 정확한 지적일 수도 있다. 실제로 유명한 피겨 아티스트 데하라 유키노리 역시 <써니>의 배금주의를 간파하는 글을 SNS에 올린 바 있다. 혹시 일본에서도 이런 평가가 늘어나면서 <써니>의 상승세가 한풀 꺾이지는 않을까? 아마도 그런 기우는 기우로만 끝날 것으로 보인다. SNS에서 <써니>를 극찬하는 일본인 중에는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8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중년 남자들이 많다. 영화의 배금주의를 지적했던 데하라 유키노리 역시 <써니>에 94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줬다. 지금까지 한류 열풍을 지탱해온 일본인이 주로 중년 여성들이었다는 걸 감안한다면, 일본 중년 남자들의 극찬을 받고 있는 <써니>가 한국영화의 새로운 애호가들을 개척할 것이라고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써니>에 대한 일본 SNS의 반응

“영화는 인생의 예행연습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써니>는 ‘인생의 복습’ 같은 영화다. 80년대에 청춘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보면 그 시절로 돌아갈 것이다.”-스이도바시 하카세, 개그맨 겸 칼럼니스트

“내가 예상했던 라스트 신이 완전히 뒤집혀버렸다. 내가 예상했던 결말이 더 최루성이 강하고 엔터테인먼트로서도 우수하겠지만 이 영화는 여전히 멋지고 영화다운 결말을 보여주었다. 최고다.”-오오네 히토시, <모테키> 감독

“<써니>를 본 사람들에게 테마나 클라이맥스의 메타포에 대해서 너무나도 해설을 해주고 싶다. 하지만 스포일러가 될 테니 못해서 정말 아쉽다.”-히구치 다케히로, 소설가

“<써니>에서 보이는 것은 386세대와는 다른 영화작가의 시점이다. 1974년생인 강형철 감독에게 80년대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의 시절이다. 그런 강 감독은 386세대에 대해서 강한 비평성을 가진 작품을 제시한 것이다. <써니>의 특징은 한국에서는 ‘정치의 시절’이었던 80년대를 서브컬처에 의해 상대화하려고 했다는 점에 있다. 예를 들어 학생과 경찰이 충돌하는 신에서 배경에 비치는 것은 <록키4>의 간판이다. 이것은 굉장히 의도적인 역사의 재해석이다. 정치의 시절이라 불리던 80년대가 그녀들에게는 서브컬처 넘치는 맑은 청춘기였다는 것을 강조하기 때문이다.”-마쓰타니 소이치로,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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