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의씨라고 생각하고 첫인사를 건넸는데, 명함에 적힌 이름은 우혜경(36)이다. 현재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프로그램실에서 일하고 있으며, 김기영 감독에 관한 다큐도 만들고 있고, 허우샤오시엔에 관한 책의 번역을 끝낸 참이라고도 했다. 그 모든 일을 “영화에 대한 공부”로 여긴다는 그는 서른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상이론과 예술사에 들어가 졸업까지 했지만 영화에 대한 갈증이 높다고 했다. 답변들 속에 부지런한 시네필의 면모가 엿보였다. 부지런한 필진을 얻은 것 같다.
-최영의라는 가명을 썼다. =‘바람의 파이터’ 최배달의 본명을 가져다 썼다. 아드님의 인터뷰를 보니 그분이 최선을 다한다는 말을 싫어하셨다고 하더라. 매번 다른 상대를 만나 일대일로 싸울 때마다 있는 힘을 다해 싸워야만 한다는 뜻이었다. 영화에 관한 글 역시 다른 감독, 다른 작품을 만날 때마다 있는 힘을 다해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휴고>와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쓰게 된 계기는. =<휴고>는 영화에 대한 사랑이 느껴져서 좋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이 얘기되지 않은 작품이라 써보고 싶었다. 고레에다는 원래 그렇게 좋아하는 감독은 아니었다. 근데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을 보면서 내가 그동안 그를 오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오즈 야스지로나 허우샤오시엔의 추종자가 아니라 그 너머로 나아가려고 했던 감독이라는 생각에 다시 챙겨보게 됐다.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나.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글을 좋아하는데 그의 글이 어떤 경우에도 문학에 대한 사랑과 존중심을 잃지 않아서 좋아한다. 그처럼 어떤 영화, 어떤 감독이든 위에서 내려다보지 않는 비평을 쓰고 싶다.
-도전해보고 싶은 작가론이 있다면.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난니 모레티. 이스트우드는 <J. 에드가>가 개봉했으면 어떻게든 써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특히 그의 최근작 속의 노쇠한 몸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모레티는 다큐 작업을 하다보니 자연히 관심을 갖게 됐다. 최근에는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를 보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 기회가 닿는 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써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