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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는데 돈을 내라고?

정치적 의사 표현에 적극적인 감독들, 톱스타들과 인터뷰에 돈 요구하는 배급사들

칸의 레드카펫은 정치적 의사 표출의 장? 캐나다 퀘벡 출신의 감독으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자비에 돌란이 레드카펫에 빨간 천을 들고 올라가 화제다. 사정인즉슨, 지난 3개월 동안 퀘벡에서는 등록금 인상으로 대학생 총파업이 진행 중이다. 상황이 악화되자 돌란은 학생들을 지지하는 의미에서 투쟁의 상징인 정사각형의 빨간 천을 옷에 꽂고 갔다. 전세계 미디어가 모이는 칸이야말로 언론의 조명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내년부터는 칸을 베를린으로 옮겨라!” 연일 쏟아지는 폭우로 칸의 최고의 이슈는 날씨였다. 주요 상영관인 60주년 기념관의 경우, 텐트 지붕 일부가 무너져내렸고, 하루 동안 상영이 취소됐다. 해변에서의 야외상영도 비 때문에 여러 차례 불발됐다. 특히 비바람이 가장 거세게 몰아치던 5월20일은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해변에서의 파티 대부분이 취소됐다.

대선 때문에 영화제 시작이 예년보다 늦게 시작된 칸. 올랑드 정권의 출범과 함께 칸에도 새바람이 불고 있다. 칸 감독주간의 개막식 때는 새 집행위원장 에두아르 와인트롭을 소개하며 “변화는 지금이다!”라는 올랑드의 슬로건을 활용하기도 했다. 지난 2년간 감독 주간 집행위원장이었던 프레데릭 브와이에의 경질에 이은 새로운 다짐을 나타내는 신호였다. 지난해 발레리 동젤리 감독의 <전쟁은 선포되었다>를 비평가 주간에 뺏기고, 그 영화가 엄청난 호응과 개봉 흥행을 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 칸에서 띄운 영화가 신드롬이 된 것이다. 올해 감독 주간의 모토는 그래서 대중성.

칸 경쟁부문에 참석한 브래드 피트의 포토콜 시간. 사진기자들의 관심이 피트에게만 집중되자 뒤따라 입장한 프랑스 감독과 배우가 무대에서 장난스러운 난동을 부렸다고. 올해 경쟁부문에 초청된 미국영화만 무려 다섯편.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미국영화의 강세에 대한 귀여운 항의다. 과거 미국 스튜디오들은 칸을 꺼려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었다. 게다가 할리우드 영화인에 대한 일종의 영화적 무시에 대한 불만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판세는 바뀌었다. <아티스트> <드라이브> <미드나잇 인 파리>같이 올 초 아카데미를 빛낸 작품상 후보 중 영화적 커리어를 칸에서 시작한 영화가 세편이나 되니 말이다.

브래드 피트와 인터뷰는 3천유로? 돈 없으면 인터뷰도 불가능하다. 경쟁부문에 초청된 브래드 피트의 <킬링 뎀 소프틀리>와 로버트 패틴슨이 출연하는 <온 더 로드> 등을 배급하는 캐나다 배급사 알리앙스필름에서 기자들에게 인터뷰비를 요구해 비난을 사고 있다. 월터 살레스의 <온 더 로드>의 감독과 배우를 만나려면 20분에 1500유로를 내야 한다. 기자들의 인터뷰 거부가 이어지자, 배급사들도 볼멘소리다. “스타들 데리고 오는데 우리도 돈 많이 든다!” 스타 한명을 데리고 오려면 전용기에 호화호텔, 체류비를 비롯해 배우 소속사, 헤어, 메이크업 비용, 심지어 스타 가족의 체류비까지 모두 지불해야 하는 것. 수억원 깨지는 건 일도 아니라고. 이래저래 스타는 스타다.

독립영화 배급하는 ACID

칸에는 칸영화제만 열리는 것이 아니다.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작품만 소개하는 비평가 주간과 현대영화의 실험실을 자처하는 감독 주간은 익히 알려진 칸의 ‘병행섹션’들이다. 하지만 칸의 ‘오프-페스티벌’이라 불리는 ACID는 아직 많은 이들에게 생소할 것이다. 이 ACID가 올해 20주년을 맞으면서 현지 미디어의 관심을 받고 있다. 사실 ACID는 페스티벌의 행사 이름이 아니라, 1993년 이후 칸에서 ACID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협회의 공식 명칭이다. 이름하여 ‘배급을 위한 독립영화협회’(Association du Cinema Independant pour sa Diffusion). 칸영화제의 개막과 동시에 파리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도 축하하고 있는 20주년은 이 협회의 창립 스무돌인 것이다. 이 협회의 탄생에는 하나의 선언문이 있다. 1991년 다니엘 뒤브루 감독의 <보더라인>(Borderline)이 배급에서 어려움을 겪자, 이러한 상황에 항의하는 180명의 감독들이 ‘저항’(Resister)이라는 선언문에 서명을 한다. 멀티플렉스가 일반화된 당시의 배급계에서 저예산 인디영화들은 전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듬해 독립영화 감독들의 연대에 기초한 ACID가 탄생한다. 지난 20년간 500여편의 독립영화들이 ACID의 지지와 도움을 통해 관객을 만났다. 알랭 카발리에, 브뤼노 뒤몽, 라바 아뫼르 자이메슈 등의 감독들이 ACID를 거쳐갔으며, 한국 작품으로는 2009년 칸 ACID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되고 프랑스에 정식 배급까지 된 노경태 감독의 <허수아비들의 땅>이 있다.

관련인물

유동석 파리 한불영화제 예술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