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돈의 맛>이 25일(현지시간) 공개됐다. <돈의 맛>은 칸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가 선정 후 “클래식한 미쟝센으로 의심의 여지없이 올 칸영화제 공식 선정 영화중 가장 훌륭한 미쟝센”이라고 호평해 언론의 관심을 모은 작품이다. 임상수 감독의 작품이 작년 <하녀>에 이어 두 번째 경쟁부문에 진출한 점도 기대를 더했다. 특히 권력과 재벌에 관한 소재에 대한 지속적인 추적이란 점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칸영화제 공식 데일리 <할리우드 리포터>지는 임상수 감독과의 인터뷰에서 “주인과 하녀의 관계를 다룬 전작에 이어 이번엔 한국의 상류층 사회에 접근한다. 혹시 당신도 같은 환경에서 자랐냐”고 질문했다. 또한 같은 경쟁부문에 진출한 한국감독 홍상수와 스타일이나 접근방법이 전혀 다른 것에 대한 비교분석도 외신들의 주요쟁점 중의 하나였다.
칸공식영화제 데일리 <버라이어티>지는 “재벌가의 스케일을 보여주는 김우형 촬영감독의 현란한 촬영 솜씨가 인상적이다.”라며 “기술적으로 잘 만들어진 영화다. 내러티브와 주제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높은 밀도의 긴장을 끌어낸다”고 긍정을 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섹스, 권력, 심지어 살인까지 있는데 <돈의 맛>의 맛은 약한 편이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아직 각 매체의 공식적인 평가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트위터와 블로그에서는 공개된 <돈의 맛>에 대한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인록>의 레오 소에산토는 “그로테스크하고, 냉소적인 풍자극으로, 아주 고심해서 만든 흔적이 보인다.”라고 전했으며, <리베라이시옹>의 디디에 페롱은 “<하녀>의 속편이지만 그 보여주는 한국사회의 거부에 대한 풍자가 별로 흥미롭지 않다”며 실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상영 후 다음날인 26일 팔레드 페스티발에서 열렸다. 기자회견의 중 임상수 감독의 일문일답을 수록한다. 이 자리에는 임상수 감독과 배우 백윤식, 윤여정, 김강우, 김효진이 참석했다.
<돈의 맛> 기자회견
-당신의 작품은 한국사회에 대한 관심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주제를 고수하는 이유는? =모든 영화가 내 영화같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나는 명백히 영화로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코멘트를 하고 있다. 지금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가 이 영화의 주제다.
-전작 <하녀>와 <돈의 맛>의 관계는 무엇인가. =오버랩되는 장면이 있어서 그렇지만 완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봐주길 바란다. <하녀>는 다른 작품의 리메이크라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표현하는데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다. <돈의 맛>은 비슷한 주제를 다루지만 가장 임상수적인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화려한 저택, 저택 안의 미술작품들이 인상적이다. 그런 식의 집이 한국에 실재하는가? =물론 영화 속 저택은 세트다. 세계의 유명작가나 한국의 작가의 작품이 영화에 등장한다. 이들 미술품의 가격을 합치면 아마 영화제작비보다 비쌀 것이다. 하지만 이 모두를 친분을 통해서 모두 무료로 제공받았다. 사실 한국의 슈퍼 리치들은 그렇게 산다. 그들은 아마 이 영화를 싫어할 텐데, 아마 그 부인들은 영화를 보고 참고해서 자신들의 집을 그렇게 지으려고 할 수도 있을거다.
-더글라스 서크나 끌로드 샤브롤의 작품을 연상시킨다. = 내 작품의 기원은 60년대 유럽 아트하우스 영화가 아니라 그 이전의 고전 문학, 즉 발자크, 셰익스피어 등의 작품이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항상 <맥베스> <햄릿>을 두고 읽었다. 셰익스피어의 정신이 영화에 구현되길 희망했다.
-<하녀>에서부터 마법이나 저주의 테마가 등장한다. 여주인공이 특히 판타지적인 캐릭터로 그려진다. =마녀일 순 있지만, 귀엽게 그리고 싶었다. 윤여정과 백윤식의 관계도 그로테스크 하지만, 페이소스가 있게 그리고 싶었다. 윤여정씨와 김강우의 섹스씬은 귀엽지 않았나?
-돈과 욕망에 관한 영화는 많다. 하지만 당신의 작품은 많은 클로즈업, 화려한 무대미술 등, 그 주제를 다루는 방식에서 그 독창성을 드러낸다. 형식주의적인 작품을 선호하는 건가. =그게 리얼리티와 반대인거라면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난 냉혹한 리얼리스트이다. 강우씨(김강우)가 하는 역할이 이 집에 들어와 관찰을 하는거다. 영화에서 강우씨의 시선으로 이 세계를 그린 것이다.
- 영화를 보면 삼성이라든지 특정 재벌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데, 촬영 중 어려웠던 점은? =시나리오 완성후 투자받기가 어려웠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결국 투자를 받았다. 나는 누구 말을 잘 듣지 않고 내 식대로 하는 사람이고 그런 사람이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한 사회의 파워를 가진 리더의 입장에서는 나의 비판적인 태도가 왱왱거리는 모기처럼 귀찮을 수 있지만, 그들은 그걸 폭넓게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런 포용력으로 이 영화가 완성될 수 있었다.
-‘재벌’이란 단어에는 한국적인 의미가 들어있다. 해외 공개 후 재벌의 이미지에 대한 반응, 질문이 있었나. =<돈의 맛>은 단순히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백인들의 사회, 유럽 사회, 미국 식민지 시대 등과 관련이 있다. 식민지 시대가 끝났다고는 하지만, 영토에 대한 욕심만 없지 경제의 측면에서는 여전하다. 그래서 로버트역에 대한 서양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아주 우아하게 폭력없이 살고 있는 이들에게 그 삶의 바닥에는 고통 받은 이주민들, 아프리카인들이 있었다. 이런 사람들에 대한 무관심이 결국 테러같은 걸로 드러났다고 본다. 한국에서 영화 좀 잘 찍는다고, 조그만 동양에서 온 사람이라, 귀엽다 뭐 이렇게 생각하지 마라. 이제부터는 백인들을 공격하는 영화를 찍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