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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인] 지금은 성장 중
장영엽 사진 최성열 2012-05-24

<천국의 아이들>의 유다인

유다인을 보고 있으면 양지에서 잘 자란 식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길쭉하고 가느다란 팔다리 때문만은 아니다. 비와 바람을 이파리와 뿌리에 머금고 사는 식물처럼, 그녀는 내면에 에너지를 간직한 뒤 적시에 그 힘을 밖으로 표출해낼 줄 안다. 영화 <혜화,동>의 혜화와 드라마 <보통의 연애>의 윤혜가 유다인의 그런 장점을 극대화한 캐릭터일 것이다. <천국의 아이들>의 유진은 다르다. 기간제 교사로 부임해 문제학생 전담반을 맡게 된 유진은 학생들이 머금은 상처를 보듬는 인물이다. 유다인을 담고 있는 사람에서 누군가에게 담아주는 사람으로, 영화 현장의 막내 배우에서 ‘선배’ 배우로 거듭나게 한 <천국의 아이들>은 배우 유다인의 다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 =드라마 <맛있는 인생> 하면서 많이 빠졌다. 몸무게는 안 재봤는데 주변에서 살 빠진 것 같다고 얘기를 많이 들어서 그런가보다 했다.

-너무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어서 그런가. <맛있는 인생>에 출연하며 영화 <구국의 강철대오> 촬영도 병행해야 하니까.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은데, 아직 내가 드라마란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서인 것 같다.

-다작을 하기 시작한 건 <혜화,동> 이후다. 지난해 여러 차례 ‘올해의 신인’으로 선정되며 주목받았다. 그 변화를 느끼나. =가장 큰 변화는…. 예전엔 오디션을 보고 많이 떨어지고 했었는데, 요즘엔 오디션을 안 봐도 시나리오가 들어온다는 거다. 그런데 부담감은 오히려 커진 것 같다. 오디션 보러 다닐 때는 부담없이 마냥 열심히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첫 대본 리딩날이 오디션 보는 것 같다.

-이제는 시나리오를 보고 선택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선택하나. =캐릭터, 대사, 영화의 느낌, 전체적으로 고려를 하지만 <천국의 아이들>은 박흥식 감독님이 연출한다는 게 컸다. 시나리오 받기 몇달 전에 <미안해, 고마워>를 봤는데 감독님이 연출한 에피소드가 정말 좋았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감독님과 꼭 한번 같이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천국의 아이들> 시나리오를 받게 된 거다. 사실 읽기도 전에 ‘이거 해야지’ 마음먹었다.

-<천국의 아이들>처럼 아역배우들이 많은 현장은 처음이었을 텐데. =아이들뿐만 아니라 현장에 나보다 어린 스탭들이 많았다. 연기를 시작하고 ‘선배님’ 소리를 처음 들어봤다. 언제나 내가 후배였고, 막내였는데! 아이들도 날 “유진 샘”, “다인 샘”이라고 부르더라. 순식간에 선생님이 되니 굉장히 얼떨떨하고, 어떻게 해야 하나 싶더라. (웃음) 이 친구들을 보살피고 챙겨줘야 하는 입장인데, 내가 그런 걸 잘 못한다. 처음엔 어리둥절했다.

-그 어리둥절함을 어떻게 만회했나. (웃음) 아역배우들과 친해질 시간이 있었나. =우선 준비할 시간이 너무 적었다. <시체가 돌아왔다>를 마치고 며칠 뒤 <천국의 아이들>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초반에 적응을 잘 못한다. 친해지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 촬영기간도 짧아 친해지는 데 한계가 있었지만 다행인 건 상황 안에서 아이들과 부딪히는 장면이 많았다는 거다. 유진 선생님과 성아(김보라), 유진 선생님과 정훈이(박지빈), 이렇게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로 마주하는 장면이 많았던 점이 호흡을 맞추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

-학생들이 주가 되는 영화이다보니 선생님의 개인적인 스토리는 표면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영화 초반에 친구와 술을 마시며 “나, 그런데 선생은 정말 아니지 않니?”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약간의 실마리가 엿보이지만. 유진이란 캐릭터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했나. =진짜 하고 싶었던 건 선생님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쩌다보니 기간제 교사를 하게 됐고, 또 어쩌다보니 아이들을 가르치게 된 사회 초년생. 하는 행동도 철이 없고 어리고, 사람들 대하는 것도 서툴고 어려워한다는 점에서 아이들과 다르지 않은 인물이라고 봤다. 학생들과 함께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느낌으로 연기했다.

-유진은 <혜화,동>의 혜화, <보통의 연애>의 윤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전작의 캐릭터들이 하고 싶은 말과 감정을 내면에 머금고 있는 느낌이었다면 유진은 쾌활한 에너지를 겉으로 드러내는 인물이다. =시나리오를 보고서도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밝은 캐릭터라는 점, 또 상황 안에서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다는 점이 좋았다. 사실 <혜화,동> <보통의 연애>처럼 감정 신이 많은 작품에 임할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생각도 많고, 고민도 많고. <천국의 아이들>은 캐릭터의 밝은 면을 얼마든지 표현해도 되니 정말 신나게 촬영했다. 원래 내 성격도 좀 밝은 편이다.

-그럼 평소 혜화, 윤혜보다는 유진에 가까운 점이 많은 건가. =그렇다. 친해지면 말도 많이 하고, 푼수 같은 면도 있다. 유진이가 노래방에서 의자에 올라가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 있잖나. 평소 그렇게 놀기도 한다 내가. (웃음)

-캐릭터의 성격을 보여주는 데 의상도 한몫한 것 같다. 전형적인 선생님답지 않은 발랄하고 캐주얼한 느낌의 의상이었다. =(활짝 웃으며) 의상 정말 좋았다. 유진이를 대변해주는 듯한 느낌! 의상팀에서 준비한 건데, 그 옷들만 입으면 집중이 잘됐다. 촬영 끝나고 나서 의상 담당한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좋았다고 인사 드릴 정도였다.

-유진은 평소엔 선생님답지 않은 선생님이지만 학생들이 곤경에 처했을 때는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확 꽂히는 대사들이 있었다. 맥락없이 화내는 학생에게 “네 생각이 어떤 건지 내게 말해줘. 안 그러면 난 아무것도 몰라”라고 말하는 장면이나 자책하는 학생에게 “너,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잘했어”라고 얘기해주는 장면. 그런 대사들이 정말 공감이 됐다. 개인적으로도 수학이나 영어를 잘 가르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생각이나 가치관이 잘 형성될 수 있도록 인도해주는 게 어른의 할 일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학창 시절엔 어떤 학생이었나.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게 지냈던 것 같다. 그렇다고 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아니다. (웃음) 현장에서 놀랐던 건 아이들이 굉장히 쉽게 친해지더라는 거였다. 말도 몇 마디 안 나눈 것 같은데 손잡고 다니고, 스스럼없이 편하게 쉽게 친해지더라. 부러웠다. 내가 학교 다닐 땐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래도 극중 성아의 말처럼 “비밀 얘기 하고 싶고, 고민 털어놓고 싶은” 친구였을 것 같다. =얘기는 잘 들어주는 편이었다. 중학생 때 친구들과 얘기하고 있으면 난 언제나 듣는 쪽이었다. 학창 시절 별명이 ‘시청자’였다. (웃음)

-<혜화,동> <보통의 연애> <천국의 아이들>을 보며 유다인이란 여배우는 대사보다 표정의 배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클로즈업 숏에서 느낌이 좋은 배우 같다. =음…. 예전에는 내 얼굴이 특색이 없다고 생각했다. 귀여운 것도 아니고 섹시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청순한 이미지도 아니고. 오디션장에서도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여러 번 떨어졌나 싶기도 하다. <혜화,동>을 통해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내 얼굴이 좋아진 것 같다. 그런데 또 얼마 전에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보니 저 배우는 표정은 좋은데 대사가 안되는 것 같다고 하더라. (웃음) 표정이 좋은 건 장점 같은데, 내가 생각해도 연기적인 면은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다.

-<혜화,동>을 통해 얼굴이 좋아진 것 같다고 했는데, 변화의 계기라도 있었나. =매번 어느 현장을 가서나 안 좋은 이야기만 듣고 왔는데, 민용근 감독님이 나도 몰랐던 나의 장점만 화면에 잡아주셨다고 할까. 그런 점에서 용기가 생긴 것 같다.

-<맛있는 인생>은 주말 드라마이기 때문에 호흡을 길게 가져가야 할 거다. 장신조(임채무)의 셋째딸 주현으로 나온다. 입양의 상처가 있기 때문에 격한 대사도 많고,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액션장면도 많다. 연기적으로 다양한 고민을 할 것 같다. =<보통의 연애>를 마치고 곧바로 촬영에 들어가서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처음엔 나도 주현이가 직설적이고 보이시한 느낌의 인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회를 거듭할수록 감정 신이 늘어나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다. <맛있는 인생>은 이전까지 내가 맡았던 정적인 캐릭터와 다른 부분이 많아 선택했다. 주말 드라마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에게 이름을 알릴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한 부분도 있다.

-얘기를 들어보니 <보통의 연애> <맛있는 인생> <시체가 돌아왔다> <천국의 아이들>, 이렇게 쉬지 않고 달려왔다.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다음 작품에 들어가는 것이 걱정되지 않나. =물론 걱정이 많이 되고 두려운 마음이 있다. <혜화,동> 등에서 나의 장점을 봐주셨던 분들이 내 부족한 모습에 실망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난 아직은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내 부족함을 느끼는 동시에 더 많은 걸 배워야겠다는 욕심이 난다. 내일은 <구국의 강철대오> 첫 촬영날이다. 운동권 여대생 역할을 맡았다. 굉장히 정의롭고, 똑똑하고, 씩씩하면서 엉뚱한 면도 있는 캐릭터다.

-참, 언제나 묻고 싶었던 질문이 있다. 유다인이란 예명은 어떻게 지은 건가.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작명소에 찾아가 지은 이름이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는 뜻이다. 주변에서 “다인아, 다인아” 하고 자주 불러줘서 그런가. 나랑 굉장히 잘 어울리는 이름 같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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