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엔터테인먼트 출근시간은 오전 9시다. 남들 다 출근하는 시간 아니냐고? 그럼 이건 어떤가. 심 엔터테인먼트 심정운 대표를 비롯해 이사, 본부장, 실장급 매니저는 새벽 6시에 출근한다. 대체 새벽부터 나와서 무엇을 하냐고 묻자 심정운 대표는 사무실 뒤에 있는 헬스장 가서 운동한단다. “매일 그렇게 운동하는데 살이 왜 이렇게 쪘냐고? 먹는 것도 많이 먹는다. (웃음) 운동도 열심히 하고.” 그가 하루를 남들보다 빨리 시작하는 이유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매니저는 신속하게 결정을 해야 한다. 나를 비롯한 전 직원이 아침 일찍 출근해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시나리오를 읽고 피드백을 한다. 업무의 대부분을 오전과 낮 시간에 소화한다. 밤에는 12시 전에 취침한다. 술자리도 1차까지만 참석한다. 아마도 우리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일찍 출근하는 매니지먼트사일 거다.” 오전 늦게 혹은 점심때부터 일을 시작하는 다른 매니지먼트사와 달리 심 엔터테인먼트는 일반 회사의 하루 일과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엄정화, 김윤석, 엄태웅, 주원, 강신일, 김상호, 강별, 유해진, 가원, 서우 등이 현재 심 엔터테인먼트 소속 배우다. 당연하게도(?) 엄정화나 김윤석의 매니저로 출발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심정운 대표는 엄태웅과의 인연으로 매니저 일에 발을 들였다. 그와 엄태웅은 같은 과 출신이자 ‘절친’이었다(심정운 대표와 엄태웅은 경민대 연극영화과, 국민대 영화학과를 함께 다녔고, 현재 건국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석사과정을 함께하고 있다). 심 대표는 친한 형 엄태웅의 일을 봐주면서 자연스럽게 매니저가 되었다. “매니저를 하게 된 거창한 이유는 없다. 태웅이 형 따라다니면서 챙겨주는 게 재미있더라.” 2001년 말 그는 김광수 사장의 GM기획에서 로드매니저로 일하다가 다음해인 2002년 말 유니코리아문예투자(주)(당시 대표는 문성근이었다)에 들어가 설경구의 현장 매니저로 경력을 쌓았다. <싱글즈>(2003)의 출연을 앞두고 있던 엄정화, 당시 무명이던 김윤석 등을 차례로 만난 것도 이때다. 심 대표가 지금의 심 엔터테인먼트를 만든 건 2004년 12월30일이었다. 코스닥 상장이나 외부 투자금 영입은 꿈도 못 꿨다. 성동구 옥수동의 한 옥탑방에 작은 사무실을 꾸렸다. “창문이 잘 닫히지 않아 한겨울에 바람이 솔솔 들어왔고, 고사날 소속 배우들이 사무실의 행색을 보고 당황해하던 곳이었다. 차량은 트라제 한대뿐이었다.” 그럼에도 심 대표는 “외부자금 영입 없이 독립적으로 시작했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한다.
옥탑방은 아니지만 지금 사무실 역시 옥수동의 한 주택가에 자리해 있다. 일반 주택을 사무실로 개조했다. 개조라고 해봐야 거실에 매니저들이 업무를 보는 책상과 컴퓨터가 놓여 있고, 큰 방은 심정운 대표의 방으로 사용된다. 대표 방 역시 컴퓨터 한대를 놓을 수 있는 책상과 회의하기 적당한 작은 테이블이 전부다. 어렵게 시작해서일까. 심정운 대표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연예인 하면 함께 떠오르는 밴 차량은 심 엔터테인먼트에 없다. “사실 밴 차량 유지비가 너무 비싸다. 기름값도 많이 나가고. 그렇게 지출되는 비용을 아끼는 대신 써야 할 때는 확실히 쓴다.” 식사도 숙소 겸 사무실인 이곳에서 직접 해결한다. 심 엔터테인먼트가 창립 이후 지금까지 7년 동안 매년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특유의 절약 정신 때문이 아닐까.
2005년 엄태웅(드라마 <쾌걸춘향>), 2006년 김윤석(드라마 <있을 때 잘해>), 2009년 서우(<파주>), 2011년 주원(<특수본>). 창립 이후 심 엔터테인먼트는 거의 매년 신인배우를 한명씩 내놓았다. 남다른 신인배우 감식안이나 신인배우 육성법이 있을 법도 한데, 심정운 대표는 배우들에게 공을 돌린다. “제대로 된 신인배우를 키우는 방법이 있긴 하겠지. 그러나 중요한 건 배우 자신이다. (엄)태웅이 형이 <쾌걸춘향>으로 뜨기 시작한 건 갑자기 이루어진 게 아니다. 그전까지 100번 넘게 오디션에서 떨어져야 했다. (김)윤석이 형도 마찬가지다. 밥 먹고 잠자는 시간 말고는 영화밖에 생각하지 않는 그가 스스로의 힘으로 톱 자리까지 온 거다.” 거금을 들여 외부에서 스타를 영입하는 대신 그 돈으로 스타를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것도 심 엔터테인먼트가 매년 수익을 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이다.
최근 심 엔터테인먼트는 회사의 규모를 줄였다. 무려 24명의 배우들을 관리했던 2008년과 달리 지금은 딱 10명만 관리하고 있다. 외부 영입 계획도 없다. 신인도 1년에 1명 정도만 발굴할 생각이다. 그렇다고 지금 이 상태에 안주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회사의 몸집을 최대한 줄이고, 콘텐츠의 질을 더욱 업그레이드 할 생각이다.” 규모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있는 배우들의 능력을 끊임없이 끄집어내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다. 이 분야에서 심정운 대표는 확실히 재주꾼이다.
엄태웅이 말하는 심정운 대표 “말 한마디로 혹하게 만드는 재주가 남다르다. 매니저가 아니었다면 브로커를 해도 잘했을 것 같다. (웃음) 시대도 잘 만났고, 직업도 잘 찾은 것 같다. A형 같지 않은 A형이라 나름 상처도 잘 받고. 굳이 고쳤으면 하는 걸 꼽으라면 본능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거다. 자기 느낌이 아니면 아닌 거다. 감이 열에 예닐곱은 맞긴 하나 얻는 만큼 잃는 것도 있다.”(엄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