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터처블: 1%의 우정>이 지난 4월9일, 전국관객 130만명을 돌파했다. 지금까지 한국에 소개된 프랑스영화들의 연대기로 볼 때, 지난 1995년에 개봉한 뤽 베송의 <레옹>을 뛰어넘는 최고기록이다. 할리우드영화도 아니고,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높지 않은 감독과 배우들이 등장하는 이 영화의 선전이 거의 1%의 성공처럼 보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관심 밖의 영화를 들여와 흥행작으로 만든 수입사 블루미지에 대한 궁금증도 덩달아 높아졌다. <언터처블: 1%의 우정>은 어떻게 발견된 영화일까? 블루미지의 박민정 대표를 만났다.
-블루미지를 설립한 게 언제였나. =2011년 2월28일이었다. 첫 작품이 지난 2월에 개봉한 <토르: 마법망치의 전설>이었는데, 영화를 찾고 준비하는 데에만 1년 정도를 쓴 거다. 마음 같아서는 지난해에 1편 정도는 하려고 했는데, 당시 완성된 작품 중에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언터처블: 1%의 우정>은 어떻게 발견했나. =지난해 11월에 열린 아시안필름마켓(AFM) 때 구매했다. 구매 의사보다는 개인적으로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날 밤에 생각했다. 프랑스영화이고, 인지도 높은 배우가 나오지 않지만 내가 봐서 재밌는데 왜 구매를 하면 안되는 걸까? 그때 유니코리아에서 개봉시켰던 <블랙>을 생각했다. <블랙>은 맥시멈에 가까운 샘플이다. 잘되면 <블랙> 정도일 테고, 안돼도 <세얼간이> 정도의 호응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 정도 작품이라면 AFM 때 한국 수입사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났을 것 같다. 경쟁업체가 많지 않았나. =내가 고몽과 미팅하는 동안 몇몇 한국 사람들이 들어왔다 나가곤 했다. 큰 규모는 아니고 작게 개봉하는 정도로 관심을 가진 분들은 있었던 것 같다. 급한 마음에 세일즈 담당자에게 가격 이야기보다 이 영화를 어떻게 마케팅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먼저 꺼내게 됐다. 그런데 그쪽에서도 가격을 거론하기 전에 자기들은 어떻게 마케팅을 했었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그렇게 한참 대화를 나누다가 “아, 그래서 가격은 얼마나…”(웃음), 이렇게 된 거다.
-그래서 가격은 어느 정도인가. =보통은 세일즈쪽에서 말하는 가격을 넘어서 사기도 하는데, 거의 그 금액에 맞췄다. 10만달러 선이다. 만약 작게 개봉하려 했다면 1만, 2만달러 차이가 중요했을 텐데, 크게 개봉하면 1만, 2만달러는 사실 몇 천명 차이다. 그 정도 가격 때문에 못 사는 건 아니다 싶었다.
-<언터처블: 1%의 우정>의 감독과 배우들은 프랑스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나. =나도 감독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필립을 연기한 프랑수아 클루제는 프랑스의 국민배우라고 하더라. 드리스를 맡은 오마 사이도 현재 상당히 뜨고 있는 코미디 배우다. 현재 웨인스타인 컴퍼니에서 리메이크를 준비하고 있는데, 콜린 퍼스가 필립을 연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블루미지를 설립하기 전에 유니코리아에서 일했던 걸로 알고 있다. =10년 반 정도 있었다. 영화 일을 처음 시작한 건 1994년에 입사한 대우영상사업단이었다. 그전에는 방송작가를 했었다. <주병진쇼>가 한창 인기있을 때 작가였다. (웃음) 본격적으로 영화 구매를 한 게 유니코리아 때부터다. 사실 그곳에서 일하는 동안 독립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결국 모든 게 인연인 것 같더라. 이수창업투자에서 외화펀드를 운영하면서 제대로 맡길 수 있는 회사를 찾다가 결국 나에게 제안이 온 거다. 10년 넘게 한 회사에 있다보니 그때는 스스로 많이 느슨해져 있다고 생각했다. 약간의 자극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블루미지를 만들게 됐다.
-다음 라인업 중에는 워쇼스키 남매의 <클라우드 아트라스>가 있다. 이 작품은 직배가 될 줄 알았다. =8월에 <잠베지아>라는 애니메이션을 개봉하고, 그 이후의 라인업으로 보고 있다. 전체가 1억달러 정도 되는 프로젝트인데, 워너에서 어느 정도 파이낸싱을 받고 나머지를 감독을 포함한 클라우드 아틀라스 프로덕션에서 조달했다. 미국에서도 상당히 이슈가 됐던 시스템이다. 그들 입장에서 한번쯤은 메이저의 영향에서 벗어난 영화를 만들고 싶었을 것 같더라.
-<토르: 마법망치의 전설>부터 올해 라인업을 보면 일정한 취향이 보이는 것 같다. =가족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사실 내 취향은 둘째치고 지금 유일하게 안정적인 시장이 가족영화 시장이다. 요즘 생각하는 건 관객을 속일 필요가 없는 영화를 찾는 것이다. SNS시대인 지금은 개봉 전부터 소문이 돌고, 어떤 영화는 개봉주 주말에 모든 게 판정나버린다. 마케팅으로 하나라도 끌어낼 수 있고, 완성도가 높다면 시간이 갈수록 관객이 감소되는 일도 없을 거다. 그런 영화를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