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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영화의 음악, 공생의 음악
문석 2012-03-19

영화음악의 역사는 영화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영화음악은 유성영화가 도입된 뒤 존재감이 크게 부각됐지만, <아티스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 무성영화 시절에도 극장 전속 오케스트라가 영화에 맞춰 음악을 연주했다. 유성영화 시대가 도래했을 때 극장주들이 ‘이제 더이상 오케스트라 단원 월급을 주지 않아도 된다’면서 안도했다니 당시에도 음악은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던 모양이다. 현대에 와선 여러 가지 이유에서 음악을 사용하지 않는 몇몇 고집스런 감독의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영화는 음악을 이미지나 내러티브 못지않게 중요한 표현수단으로 이용한다. 버나드 허만의 긴박한 리듬의 음악은 히치콕 영화의 서스펜스를 끌어올렸고 존 윌리엄스의 음악은 스필버그 영화의 서정성을 두드러지게 만들었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 없이도 스파게티 웨스턴이 성립할 수 있었을까. 혹은 니노 로타의 음악 없이 <대부>의 웅장한 감흥이 우러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요즘 들어 머릿속 깊이 남는 영화음악은 별로 없는 듯하다. 그 이유에 대한 힌트는 새롭게 주목받는 영화음악가를 소개하는 이번 특집기사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 영화음악가 김태성씨는 “음악이 영화의 음향효과처럼 들어가는 것이 세계 영화음악의 트렌드”라 했고 미국 영화음악가 마이클 지아키노는 “영화음악가는 또 다른 스토리텔러”라 했는데, 그 말은 요즘 영화음악이 효과음향이나 내러티브에까지 영향을 끼치면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뜻이리라. 그러다 보니 정서적 환기라는 영화음악의 전통적인 기능은 약화된 게 아닐까. 음악의 기능 변화를 얘기하기 이전에 영화의 성격이 바뀌었다(규모가 커지고 세지고 CG 표현이 증가했다)는 점도 짚어야 하겠지만. 아무튼 ‘감상용’ 영화음악이 줄고 있다는 점은 서운하지만 새로운 영역을 찾아가고 있는 영화음악의 모험에 주목한다면 그 또한 흥미로울 것이다. 이번 특집기사의 주인공인 7명의 국내외 영화음악가는 이런 모험의 최전선에 있는 개척자들이다. 부디 그들의 이름을 잘 기억해두시길.

반면 한국으로 눈을 돌리면, 영화음악의 모험은 정체된 듯하다. 가장 큰 문제점은 영화음악을 담은 음반이 존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접속> O.S.T의 대성공을 시작으로 한때 한국 영화음악 O.S.T는 꽃을 피웠으나 음반시장의 침체와 영화음악에 대한 관심 부족으로 이제는 찾아보기조차 힘들다. 음원 사이트에서도 드라마 삽입곡이 좋은 반응을 얻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국 영화음악은 존재감이 거의 없다. 여기에 음악저작권협회의 영화음악 사용료 징수 문제까지 걸려 있으니 한국 영화음악의 정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 같아 불안하다. 특집기사 속 대중음악평론가 차우진씨의 글과 김태성씨 인터뷰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자는 차원이라고 보면 된다. 영화계와 영화음악계, 그리고 음악계가 차분히 머리를 모으고 논의해야 할 문제다. 그 목표가 상생이라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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