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MBC <뉴스데스크>는 김빠져서 안 본 지 오래됐지만 몇주째 <무한도전>을 못 보고 있는 게 원통하다. ‘지는 놈이 형님으로 부르기’ 대회에서 하하와 홍철이 ‘맨손으로(?) 캔 뚜껑 따기’, ‘철봉에 매달려 간지럼 참기’ 같은 전무후무한 세기의 대결을 시작했는데 첫회를 끝으로 마냥 이러고 있다. 그게 다 MBC 노조 파업 때문이다. 그런데 왜 파업하는가. MBC가 노조원들에게 공정치 못한 방송과 보도를 강요해왔기 때문이란다. 그들만의 주장인가?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니 아닌 것 같다. 2012년 2월22일에 영화감독 40인이 MBC 파업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냈다. 그 이름들 안에 ‘MBC 창사 50주년 특별기획-타임’ 제8회 분량으로 <여자 만세>를 연출했던 신수원 감독의 이름이 보인다. 신수원 감독에게 왜 참여하게 됐는지 물었다.
“공중파만 보고 그나마 MBC에만 거의 채널 고정이었다. 지금은 잘 안 본다. <PD수첩> 4대강 기획 불방 사태, 소셜테이너 출연 금지법 등 문제가 많지 않았나. 뉴스를 보면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기본적인 사회 의제까지도 보도가 안되고 있다. 이미 창사 특집 다큐를 위해 MBC를 오갈 때부터 방송사 내부 곳곳에 그런 걸 지적하는 노조원들의 대자보가 연일 붙었었다. 성명서는 감독조합에서 참여하겠느냐는 의견을 물어와서 하게 된 것인데, 길거리 나가서 으쌰으쌰까지는 함께 못해도 그 정도 지지는 해도 되지 않나 싶었다.” 최근에 옴니버스 장편에 들어갈 단편 하나를 완성했고 고등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한 차기작 <명왕성>의 캐스팅을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가 아닌가. 남의 일에 신경 쓸 겨를, 원래는 없었을 거다. 게다가 우리는 소탈해서 보기 좋았던 영화 <레인보우>를 기억한다. 신수원 감독도 꼭 그 영화만큼이나 소탈하다. 그런 그가 나선 거다. “체질상 정치에 깊은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어서 그런 데에 이름이 나가더라도 꼴찌로 나가야 어울리는데, 어쩌다보니 1차 명단에 끼었다”며 멋쩍다는 듯이 그가 웃는다. 그러니까 그렇게 겸손한 이들까지 맨 앞줄에 나섰으니, MBC 문제가 심각하긴 정말 심각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