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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블록버스터, 새판을 짜자
문석 2012-02-13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말은 1998년 <퇴마록>을 기점으로 탄생했다. 15억원이라는 순제작비는 당시 기준으로도 초대형 규모는 아니었으나 과감한 마케팅과 와이드 릴리즈 전략, 현란한 CG 기술의 도입 등으로 이 영화는 개봉 첫주에 제작비를 회수하는 성공을 거뒀다. ‘더 크게 (만들고), 더 많이 (스크린을 잡고), 더 빨리 (수익을 거둔다)’라는 블록버스터의 원칙을 적용해 한국에서 처음 성공한 <퇴마록> 이후 <유령> <쉬리>가 잇따라 성공하면서 블록버스터의 열기는 충무로를 달궜다. 2000년대 초반 들어 <아 유 레디?> <예스터데이> <내츄럴 시티> 등이 줄줄이 망했고 마침내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흥행에서 참패하면서 이 열기가 식는 듯했으나 2003년 말 <실미도>와 2004년 초 <태극기 휘날리며>가 잇따라 대성공을 거두면서 한국형 블록버스터는 다시 부활했다. 특히 2009년 100억원 넘는 제작비를 들인 <해운대>와 <국가대표>가 나란히 성공을 거두면서 한국형 블록버스터는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서는 듯 보였다.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지난해 여름부터 올해 초까지 커다란 규모에 걸맞은 성공을 거둔 영화는 <최종병기 활>이 유일했다.

2011년 블록버스터의 전반적인 침체에도 불구하고 한국영화산업이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다행이지만, 워낙 큰돈이 들고 회사의 명예까지 걸리게 되는 블록버스터의 특성상 잘못했다간 ‘한방에 훅 가는’ 수도 있으니 어느 정도 우려가 된다. 특집기사인 ‘한국 블록버스터영화 제작 10계명’은 이런 차원에서 기획됐다.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그동안 겪어왔던 문제들을 짚어내는 것에서 머물지 않고 우리 나름의 대안을 제시해보려 했다. 물론 블록버스터영화를 만들어왔던 제작진이 이러한 지침을 몰랐을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퇴마록> 이후 10여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한국형 블록버스터에 큰 발전이 없는 듯한 것 또한 사실이다.

한국영화산업의 규모를 고려했을 때 1년에 3∼4편 이상의 블록버스터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전략이 부족해 보인다는 점이다. 1998년 <퇴마록>의 광고 카피는 ‘98년 8월15일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온다’였다. 당시에는 이런 애국심 마케팅이 먹혔던 것 같다. <태극기 휘날리며> 때까지만 해도 ‘아니, 한국영화가 저런 비주얼을 만들었단 말이야?’라는 쇼크 효과가 있었다. 반면 요즘 관객은 너무 냉정하다. 영화를 만든 이에 대한 존중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그래도 저 영화 볼 게 많다는데, 제작진이 그렇게 고생했다는데 한번 봐줄까’ 하는 호기심조차 발휘하지 않는다. 결국 관객의 눈이나 귀가 아니라 마음을 흔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려면 과감성과 숙련성, 정교한 기획과 효율적 시스템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실패한 블록버스터를 돌이켜보면 뭔가 헐거웠던 느낌이다.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새로운 성공전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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