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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드라마 킹
이다혜 2012-02-02

<7인의 PD 드라마를 말하다> 조민준 지음 / 페이퍼하우스펴냄

재미있는 인터뷰라고 불리는 것은 인터뷰이의 캐릭터나 내공을 자연스럽게 펼쳐 보이는 것으로, 두고두고 기억날 만한 말을 얻어들을 때다. 하지만 많은 자리에서 인터뷰어를 해봤고, 인터뷰 구경도 해봤고, 읽기는 더 많이 해본 사람으로서 ‘재밌는’ 인터뷰를 말하자면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싸움구경(“당신은 내 영화/책/음악을 잘못 봤어!”)이다. 그만큼 드물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경우는 이거다. 대개의 인터뷰는 인터뷰어가 갖고 있는 ‘홍보’의 필요성 때문에 (이미 숱하게 반복된 질문으로 지친 나머지) 몇번씩 반복해왔던 모범답안으로 얼룩진 나머지 인터뷰어가 어떻게 생긴 인간인지 도통 파악이 불가능할 때. 하지만 어떤 경우건 인터뷰어는 인터뷰이 못지않게 그 자신을 노출하게 된다. 그 인터뷰의 향방을 가르는 것은 답만큼이나 질문에 있다.

조민준 인터뷰집 <7인의 PD 드라마를 말하다>는 담백한 한정식 같다. 화려한 언어로 자의식을 드러내려는 인터뷰이도 인터뷰어도 여기 없다. 그래서 첫눈에는 재미없다, 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유행을 따라 말랑거리는 언어들로 재주를 부리려는 의도가 없어서다. 대신 오랫동안 곁에 두고 펼쳐볼 만큼의 묵직함을 갖췄다. 책의 제목이 된 7인의 PD는 작품성으로나 시청률로나 큰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의 연출자들이다. <내 이름은 김삼순> <케세라세라>의 김윤철, <아줌마> <하얀거탑>의 안판석, <거짓말> <그들이 사는 세상>의 표민수, <부활> <마왕>의 박찬홍, <순풍산부인과>와 <하이킥> 시리즈의 김병욱,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의 이재규,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의 황인뢰. <드라마틱> 편집장이었던 조민준은 이들을 만나 무엇이 좋은 PD를 만들어냈는지, 그 소프트웨어의 본질에 대해 묻는다(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김병욱 PD의 인터뷰인데, <지붕 뚫고 하이킥!> 결말부터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 이르기까지 최근작들의 따끈따끈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대학 때 어떻게 공부했는지, PD가 된 뒤 어떻게 지금에 이르렀는지, 화제가 된 드라마에서 캐스팅은 어떻게 했는지 질문이 이어진다. 흥미롭게도 기술보다 생각을 강조하는 말을 많이 듣게 되는데, ‘멍때리는’ 시간이 창작에 도움이 된다든가 인문학 책을 읽는 게 결국 ‘자기 것’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자양분이 된다는 식이다. 드라마 PD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이 좋은 멘토가 되겠다 싶지만 충고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따라하지 말고 혼자 커야 한다”인 셈이라 재미있다. 질문과 답을 따라가다 보면 좋아했던 드라마의 장면을 회상하게 되기도 하고, 무릎을 쳤던 명장면이 단순히 눈요기를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뒷이야기에 가슴 뭉클한 감정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좋은 PD는 어쩌면 타인의 삶을 잘 듣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인간적인 신뢰를 느낄 정도로.

사족. 현빈의 팬이라면 이 책 몇 대목에서 엄마미소를 짓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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