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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이스트우드 입문서

<클린트 이스트우드> 하워드 휴스 지음 / 나무이야기 펴냄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화의 심장을 겨누고 인생을 말하다>는 서부영화, 경찰영화, 멜로영화, 코미디영화, 드라마, 스릴러, 전쟁영화 등 장르별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연출 및 출연작을 총망라하여 분류하고 있다. 역자의 말처럼 “구성으로만 보면 ‘이스트우드 영화 감상 가이드’라는 표현이 더 적당하다”. 요컨대 이스트우드가 주장해온 연기론(배우는 잘 듣는 귀를 갖고 있어야 한다)이나 감독론(나는 이야기를 찍는다)에 관한 내용과는 거리가 있으며 동시에 인간 이스트우드(그는 전통의 보수주의자인가 리버럴리스트인가)에 관하여 듣는 자리도 아니다. 장르별로 모아놓고 보니 “이스트우드가 카우보이보다는 경찰 연기를 더 많이 했다”는 당연한 사실(그런데 우리는 종종 이스트우드가 경찰보다 카우보이 역할을 더 많이 했다고 착각한다)을 새삼 깨닫게 되는가 하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스트우드의 코미디영화 등에 관한 정보도 얻게 된다.

각 영화에 관해서는 저자가 일정한 분량으로 제작 상황, 간략한 리뷰, 영화의 흥행 수치, 특기할 만한 예고편 문구 또는 개봉 당시 언론의 평가 등을 묶어 소개하고 있는데, 특히 지금에 와서 오히려 재미나게 읽히는 건 당시에 이스트우드 영화들에 던져진 악평들이다. <헌팅파티>에 대해 “미국이 만든 서부영화의 볼품없는 이탈리아 복제품의 볼품없는 미국 복제품”(<버라이어티>)이라고 조롱할 때, <더티 파이터>에 대해 “이 영화에서 그나마 괜찮은 부분이라면 오랑우탄의 연기였다. 오랑우탄의 출연은 그래도 눈감아줄 만하다. 동물은 까막눈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스트우드는 뭐라고 변명해야 할까?”(<뉴스위크>)라고 비아냥거릴 때, 그 평들은 그냥 재미로 읽힌다. 그 이유는, 이제 우린 이스트우드가 위대한 배우이며 감독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일 거다. 그러니 이 위대한 영화인에 관한 단행본이 국내에 비로소 처음 나왔다는 사실은 반가우면서도 놀라운 일이다. 장르별로 한눈에 요약되어 있는 이 책은 입문서로서 제값을 다하는 것 같다. 이제 우리는 이스트우드의 남은 이야기들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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