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흥미를 끈 요소는 연쇄살인보다 두 주인공간의 관계였다고. =어디서도 보지 못한 관계였다. 사람들이 소설에 그토록 열광적인 반응을 보인 것도 두 사람이 보여주는 묘하고, 약간은 삐뚤어진, 과격한 우정 때문이지 않나 싶다. 리스베트 살란데르와 미카엘 블롬크비스트의 관계가 평범했다면 스티그 라르손의 이야기도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스릴러로서도 흥미롭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런 장면들은 재빨리 보여주고 지나가도 될 것 같았다. 그보다는 두 인물이 결합하는 방식, 그가 그녀에게 상처를 주는 방식, 그녀가 그로 하여금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도록 내버려두는 방식 같은 것들에 더 관심이 갔다. 이건 어른들을 위한 영화다. 에이미 파스칼(소니픽처스 대표)도 시리즈물이라고 12세 관람가일 필요는 없지 않느냐며,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 영화를 맡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부분도 남녀간의 성정치적 측면이었다.
-시리즈물이다 보니 제약이 많았을 텐데,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했나. =<에이리언3>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이번에 내게 주어진 임무는 어디까지나 소설을 영화적 문법으로 옮기는 것이었다. 스웨덴에서 미국으로 배경을 옮기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것 같아 스웨덴에서 찍기로 결정했는데, 준비할 시간이 적었던데다 낮이 짧은 스웨덴 날씨 때문에 스케줄 조정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제작사가 매우 협조적이었다. 2편에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원래 제작사들은 속편을 만들 의향이 있어도 말을 잘 듣는 감독인지 먼저 확인하기 위해 한편만 계약하니까. 다만 1편에 엮여 2편, 3편까지 계약하게 된 배우들에게는 책임감을 느낀다.
-폭력에 대한 묘사 수위에 관해 말이 많은데 루니 마라와는 어떤 상의를 거쳤나. =두달 반 동안 강도 높은 오디션을 거치면서도 루니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리스베트의 자질 중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이었다. 실제로 그녀는 매우 단정하고 품위있는 사람이지만 리스베트가 되기 위해 자신의 원래 모습을 완전히 지워야 했다. 처음으로 주인공을 맡은 그녀에게는 엄청나게 소모적인 작업이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성폭행 장면은 비록 연기라도 마음에 흉터가 남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약속했다. 그녀를 구경거리로 만들지 않을 것이며, 어느 정도 노출되는지 알려주고, 캐릭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에 피어싱을 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리스베트에 관한 권리는 전적으로 그녀에 게 있길 바랐다.
-그녀에 비하면 미카엘은 선이 뚜렷한 인물이 아니다. =리스베트의 상대역으로 나설 남자배우가 없을까봐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대니얼 크레이그는 놀라울 정도로 관대한 배우였다. 웬만큼 훌륭한 성품이 아니고서야 그처럼 자신이 맡고 있는 다른 시리즈의 캐릭터(<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편집자)를 끌어와 농담거리로 삼기 힘들 것이다.
-복수극이지만 썩 유쾌한 복수극은 아니다.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즐거워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화 속 성폭행 장면이 재밌어 보이면 안된다고, 혐오감을 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수가 답이 될 수도 없다. 샘 페킨파의 <어둠의 표적>이나 밥 포시의 <스타 80>을 보면 복수가 끝이 아닌 순간들이 있다. 그런 장면들에 감탄하게 된다. 내가 보기에 진짜 해결책은 관객이 그녀의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보고 나면 찝찝한 기분이 드는 게 맞다. 타이틀 시퀀스에서도 타르나 탁한 액체가 흘러내리는 원초적인 이미지를 이용해 리스베트의 악몽을 그려내고 싶었다. 음악을 맡은 트렌트 레즈너와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내가 스웨덴에서 촬영하는 동안 18분 분량의 음악을 만들어 미리 보내주기도 했는데 편집 전에 음악을 먼저 들으며 작업해보긴 처음이었다.
* 이 인터뷰는 <인디 와이어> <버라이어티> <텔레그래프>에서 발췌 요약한 것임을 밝 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