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리 기자의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영화의 의미작용에 관한 에세이> 1, 2권이 사라졌다. 아마도 누군가가 잠시 보고 도로 갖다놓는다고 생각했다가 잊었을 가능성이 높은데, 우리는 ‘아니, 그래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기에 메츠의 책을 허락받을 사이도 없이 그렇게 급히 빌려(?)간 것이냐’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런 농담이 오가던 그때에, 영화 이론 편역서를 펼쳐놓고 친구들과 공부하던 그 옛날, ‘현실 효과’라는 용어를 엉뚱한 뜻으로 이해한 통에 친구에게 한수 배웠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메츠는 그 뒤로도 오랫동안 내게(어쩌면 당신에게도) 가장 딱딱한 분석가이며 재미없는 영화 이론가이자 엄격한 기호학자로서 늘 저 너머에 있었다. 이참에 내게도(어쩌면 당신에게도) 열심히 읽어볼 기회가 생긴 것이다.
2009년에 메츠의 책 <상상적 기표-영화, 정신분석, 기호학>이 출간되었고 이번에 다시 같은 역자에 의해 <영화의 의미작용에 관한 에세이> 1, 2권이 출간되었는데, 권마다 총 4부 10장으로 나뉘어 있는 가운데 1권에는 ‘영화의 현실 효과에 관하여’를 시작으로 “영화는 랑그가 아니라 랑가주”라는 메츠의 저 유명한 명제를 천명한 논문 ‘영화-랑그인가 랑가주인가’, 그리고 누벨바그와 같은 당대의 영화를 예시로 삼은 ‘현대 영화의 서사성’, ‘펠리니의 <8과 2분의 1>에 나타난 액자 구조’ 등이 실려 있다. 2권에는 메츠의 입장에서 장 미트리의 영화 이론을 검토하는 ‘영화에 관한 사유의 1단계’와 ‘영화 이론의 실제적 문제들’을 필두로, 자신의 이론을 개별 적용한 ‘영화의 편집과 담화’, ‘특수기법과 영화’ 등이 수록되어 있으며 ‘메츠와 레이몽 벨루어와의 대담’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몇몇 논의와 예증적 분석들(예컨대 ‘자크 로지에의 영화 <아듀 필리핀>의 자율 분절체 구분)의 가치가 의심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영화 기호학의 거목이 전하는 바를 이렇게 꼼꼼하게 읽어볼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만으로도 큰 고마움이다. 자칫 어렵게 느껴질 용어들에 관해서는 역자의 자세하고 친절한 주가 큰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