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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독일 영화사가 오롯이 이곳에

100주년 맞는 유럽 최대의 영화스튜디오 바벨스베르크

바벨스베르크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세트.

유럽 최대 영화스튜디오 바벨스베르크가 2월12일 100주년을 맞는다. 이로써 바벨스베르크는 세계에서 가장 유서 깊은 최고령 영화세트장으로 자리를 굳히게 된다. 바벨스베르크는 16개의 스튜디오와 15만6천㎡의 야외세트장을 갖춘 거대 영화세트장이다. 세계적인 실력을 가진 영화세트장 제작자들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또 지척에 콘라드 볼프 영화학교, 필름파크, 브란덴부르크방송국, 포츠담영화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어 영화와 관련한 볼거리와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바벨스베르크가 자리한 포츠담은 베를린 시내에서 전철로 30분 거리에 있다. 포츠담은 특히 프리드리히 대왕(1712∼86)이 지은 여름 별궁 상수시(Sans Soucci)로도 유명하다. 현재 프리드리히 대왕 탄생 200주년이라고 떠들썩한 포츠담은 왕이 베를린에서 정사를 돌보느라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려고 물색한 물 좋고 공기 좋은 터다. 그래서 지금도 독일의 유명인사, 연예인들이 모여사는 고급 저택들이 즐비한 비싼 동네다. 가히 독일의 베벌리힐스라 할 만하다.

바벨스베르크는 독일 현대사의 풍파를 겪어낸 장소다. 스튜디오는 독일제국, 바이마르 공화국, 제3제국, 동독 공산주의, 통일을 거치면서 살아남았다. 1912년 독일 첫 무성영화 <죽음의 춤>이 여기서 제작됐고, 1921년 독일 영화사 우파(UFA)가 이곳을 인수한 뒤 전성기를 누렸다. 1920년대엔 프리드리히 무르나우의 <마지막 사람>(1921), 프리츠 랑의 <메트로폴리스>(1927), 요세프 폰 슈테른베르크의 <푸른 천사>(1930) 등 독일 표현주의 걸작들이 이곳을 거쳤다. 나치시대의 프로파간다 영화들도 이곳에서 제작되었다. 제3제국 시대에 우파 25주년 기념으로 만들어진 <뮌히하우젠>은 당시 650만마르크의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간 작품이다. 분단 시절엔 거대 영화 제작사 우파가 동독의 영화사 데파 소속으로 바뀌었지만, 무려 1240편의 영화와 텔레비전 시리즈가 제작되었다. 동독 시절의 거장 콘라드 볼프 감독도 이곳에서 영화를 촬영했다. 바벨스베르크 영화학교도 동독 시절 이름 그대로 콘라드 볼프 영화학교다.

과거의 명성만을 안고 사라져가던 바벨스베르크의 화려한 부활은 독일 통일과 함께 서서히 진행됐다. 통일 뒤 바벨스베르크는 민영화의 진통을 겪고 난 다음 거대 상업영화 제작의 중심지로 탈바꿈했다. 2001년 바벨스베르크 스튜디오에서는 장 자크 아노의 <에너미 앳 더 게이트>,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가 촬영됐다. 바벨스베르크의 부활은 또한 새로운 독일영화의 부흥에도 큰 힘을 얻었다. 2차대전 이후부터 70~80년대까지 서독의 폴커 슐뢴도르프, 빔 벤더스,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동독의 콘라드 볼프 등 몇몇 유명감독을 빼놓고는 전체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독일 영화계가 통일 직후인 1990년대부터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베를린파를 비롯한 일군의 젊은 감독들이 부상하면서 새로운 스타일의 예술영화뿐 아니라, <굿바이 레닌> <타인의 삶> 등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영화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바벨스베르크는 <작전명 발키리>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등 거대 자본이 오가는 할리우드영화 촬영을 유치하는 데도 성공을 거두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로만 폴란스키의 <유령작가>(2009)도 이곳에서 촬영됐다. 요즘 베를린에서 작업하는 영화는 한해 300편 정도다. 베를린이 뜨는 만큼 베를린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도 늘고 있다.

포츠담과 베를린은 바벨스베르크 100주년 축하행사로 벌써부터 분주하다. 포츠담시는 지난해부터 ‘포츠담 2011-영화 도시’라는 타이틀로 콘서트, 영화 상영, 전시회, 강연, 학술회의 등 다채로운 행사를 열고 있다. 베를린 도이체키네마티크도 바벨스베르크 관련 사진전을 열고 있다. 62회 베를린영화제의 기념행사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베를린영화제는 시대별로 골고루 선정한 10편의 바벨스베르크표 영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바벨스베르크는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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