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의 모든 것>
제작 수필름, 영화사 집 / 배급 NEW / 감독 민규동 출연 임수정, 이선균, 류승룡 / 개봉 상반기
‘결혼 프로젝트’도, ‘프러포즈 프로젝트’도 아닌 ‘이혼 프로젝트’란다. 이 무슨 소리인고 하니, 내진설계 전공의 건축가 남편 두현(이선균)이 이름도 무려 ‘성기’인 카사노바(류승룡)에게 자신의 아내 정인(임수정)을 유혹해달라고 부탁하는 프로젝트다. 임수정 같은 외모의 아내가 종일 집에서 밥해주고, 청소하고, 빨래해주는데 뭐가 아쉬워서 다른 남자에게 넘기려는지 모르겠다. 부부(라고 쓰고 남편이라고 읽는다)의 사정도 들어보자.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신을 채근하는 탓에 결혼 7년차인 지금은 아내의 질문과 독설이 지진보다 더 두렵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두현은 지방근무라는 회심의 카드를 꺼내고, 정인을 두고 혼자 지방에 내려간다. 평화로운 독신 생활을 상상하며 지방 사택에 도착했는데, 그를 반긴 건 다름 아닌 정인이다.
김성훈‘가족 해체’라는 외형을 띠고 있는 이 영화의 메가폰을 민규동 감독이 잡았다. 감독의 전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2011)에서 엄마의 암 투병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이야기한 것을 떠올려보면 이번 영화는 큰 변화라 할 만하다. 변신한 건 감독뿐만이 아니다. 그간 청순하고 연약한 역할을 해왔던 임수정은 연기 경력 처음으로 유부녀 역할에 도전한다. 그것도 청순함을 벗어던지고 섹시함으로 무장한 채로. 이선균도 이선균이지만 파격적이기로는 류승룡을 따라갈 수 없을 것 같다. 풍문에 따르면, 역할에 흠뻑 빠져 있다는 그가 보여주는 카사노바는 어떤 모습일까. 아직 전해진 바는 없지만 카사노바라는 캐릭터와 그의 우락부락한 외모와 체구는 제법 어울리는 듯하다. 자신의 아내를 넘기려는 남편과 카사노바의 유혹을 받게 될 가정적인 아내, 그리고 남편의 제안을 받고 남의 여자를 유혹해야 할 카사노바, 이 트라이앵글의 조합이 <내 아내의 모든 것>의 관건이 될 것 같다. 참, 임수정이 류승룡의 유혹에 넘어가는지 궁금할 것이다. 제작사의 힌트를 공개하자면 “우울한 결말도, 해피한 결말도 아니”라고 한다. 애매합니다잉~.
<러브픽션>
제작 삼거리픽쳐스 / 배급 NEW / 감독 전계수 출연 하정우, 공효진 / 개봉 2월2일
다음 문장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외모는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무조건 얼굴 예쁜 여자만 찾는다, 성격까지 좋으면 좋겠지만 좀 까칠해도 얼굴이 예쁘면 상관없다, 기왕이면 맞벌이를 했으면 좋겠다, 앞의 문제들이 왜 문제인지 모른다 등. 완벽한 사랑을 너무 찾아 헤맨 나머지 제대로 된 연애를 못해본 남자들의 특징이다. 이런 남자에게 답이 있냐고? <삼거리극장>을 만든 전계수 감독의 신작 <러브픽션>은 그 답을 찾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조건이 까다로운 관계로 31년을 살면서 제대로 된 연애를 못해본 무명 소설가 구주월(하정우). 소설의 영감이 될 만한, 삶에 활력이 될 만한 강력한 뮤즈를 찾아 헤매던 그는 베를린영화제의 한 파티장에서 운명의 여인을 만난다. 쿨하고 당당한 커리어우먼 희진(공효진)이 그 주인공이다. 첫눈에 희진에게 반한 구주월은 희진을 자신의 여자로 만들기 위해 그간 쌓아온 이론과 경험(?)을 총동원한다. 순수하고 귀여운 주월의 노력에 희진 역시 마음을 조금씩 연다. 결국 희진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주월은 처음 생긴 여자친구 덕분에 마구마구 쏟아나는 창작 욕구로 행복하다. 그러나 달콤한 시간도 잠시뿐. 괴상한 취미, 자신과 다른 식성, 다른 남자와의 과거 등 희진의 단점이 눈에 들어오면서 주월은 그런 희진이 거슬린다.
평생 독신으로 살아온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면서 사랑의 의미를 찾는다는 점에서 <러브픽션>은 ‘남성판 <브리짓 존스의 일기>’라 할 만하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르네 젤위거가 그렇듯 <러브픽션>에서는 주월을 맡은 하정우의 존재가 절대적이다. <비스티 보이즈>나 <멋진 하루>에서 보여준 하정우의 찌질함이 자신감에서 나오는 거라면 <러브픽션>에서 하정우의 그것은 “저 남자, 왜 저래?”라는 반응을 절로 일으킨다고 한다. 하정우의 잘생긴 외모를 감안하면 정말 찌질하게 나오나보다. 그래서 주월의 연애가 성공하냐고? “만남부터 영화의 결말까지 모든 게 쉽지 않다”고.
+issue
베스트셀러 판권 구입 경쟁 심화
<완득이>와 <도가니>의 흥행은 베스트셀러 판권 구입 경쟁으로 이어졌다. 현재 개발 중이거나 촬영 중인, 그리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작품 중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가 꽤 된다. <7년의 밤>을 비롯해 <화차> <은교> <노서아 가비>(영화 제목은 <가비>) <용의자 X의 헌신>(영화 제목은 <완전한 사랑>) <등대지기> <현의 노래> <싱크홀> 등이 그것이다. <완득이>와 <도가니>를 출판한 창비 저작권팀 이순화 팀장은 “물론 이전에도 영화사의 판권 구입 문의가 꾸준히 있었지만 <완득이>와 <도가니>가 흥행하면서 판권 구입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최근 영화사 집과 김애란 작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을 판권 계약한 것을 비롯해 몇몇 영화사들과 소설 판권을 거래했다”고 밝혔다.
이미 검증된 작품이라 개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인들은 베스트셀러를 선호한다. 무려 14:1의 경쟁률을 뚫고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의 판권을 구입한 위더스필름 최재원 대표는 말한다. “소설이 인지도가 높다 보니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것보다 안정적이다. 투자사를 설득하기도 편하다. 판권 경쟁이 심화된 건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 같다. 그만큼 좋은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있다는 말이니까.”
일본의 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화차>를 구입해 변영주 감독과 촬영을 마친 신혜은 프로듀서는 원작의 명성에 전적으로 기대기보다 한국적인 상황에 맞게 각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화차>의 경우, 스토리텔링, 정서, 공간 등 원작이 너무 일본적이었다. 변영주 감독과 이것을 풀어나가는 게 힘들었다. 원작이 있는 영화를 만들 때는 원작에서 무엇을 버리고 남길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흥행 영화 덕분에 출판쪽 분위기가 좋다”는 이순화 팀장의 말처럼 베스트셀러 판권 구입에 대한 충무로의 관심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