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여자배우 <만추> 탕웨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우라 탕웨이가 없는 <만추>를 상상할 수 있을까. “탕웨이는 <만추>에 딱 맞는 대단히 감각적이고 세련된 연기를 보여주었다.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오롯한 존재감을 뿜는 그녀, 사랑할 수밖에 없다.”(황진미) “그녀의 이미지만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남동철) 올해의 여자배우로 탕웨이를 선정한 필자들의 반응은 대부분 위의 두 평과 비슷했다. 그러니 그녀 없는 <만추>는 상상할 수 없다. 휴가차 간 마카오에서 탕웨이가 장문의 이메일로 선정 소감을 보내왔다. “모든 감정의 고통은 애나가 겪고 상은 내가 탄다. 애나가 꿈속에서 나한테 따지러 올지도 모르겠다. 하하!”
<만추>를 찍은 지 거의 2년이 지나가고 있지만 탕웨이는 <만추>와 관련한 모든 추억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되돌아보면 애나는 참 행복한 여자인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모든 사람들이 평생을 살면서 기쁨, 슬픔, 고난, 행복을 모두 겪어보는 거다. 많이 겪어본 사람일수록 인생을 소중히 여기는 법이다. 2년 뒤 출옥한 애나가 카페에 홀로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는데, 그 순간 애나는 훈(현빈)을 만나기 전 7년 동안 겪어보지 못한 무언가를 느꼈다고 생각한다. 그건 진실된 존재감이자 자유로움인 것 같다.” 또 그는 촬영할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훈이 애나를 데리고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으로 내려가 정육점 냉장고 앞까지 달려가는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 순간 과거의 모든 번민과 슬픔을 던지고 가슴 뛰는 느낌만이 존재했다.”
현재 탕웨이는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공부와 운동을 하며 재충전 중이다. “<만추>는 처음으로 작업한 외국영화였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 스스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직 차기작은 결정되지 않았다. 몇달이 걸리는 작업이든, 단 몇 시간 출연하는 작품이든, 지금은 정말 연기가 하고 싶다.” 이래서 이 여자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올해의 남자배우 <황해> <완득이> 김윤석
장르와 캐릭터를 가지고 놀다 “아유, 뜻밖이다. 선정될 줄 전혀 예상을 못했는데….” <황해> <의뢰인>의 하정우와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올해의 남자배우에 선정된 소감을 김윤석은 이렇게 대답했다. 어마어마한 살인마인 <황해>의 면가와 외삼촌 같은 귀여운 <완득이>의 동주 선생, 접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 두 캐릭터로 김윤석은 2011년을 정신없이 보냈다. “사실 <황해>의 면가는 지금까지 맡은 역할 중 두 손가락에 꼽을 만한 캐릭터다. <추격자>의 엄중호보다 더 좋아한다. 그만큼 ‘도끼에 찍혀 죽을지언정 거짓말은 하지 않겠다’는 면가의 디테일과 뉘앙스를 살려보려고 공을 들였다. <완득이>의 동주는 억지스럽지 않으면서 살아 있는 인물이어야 했다. 교사와 학생, 교단 앞과 뒤의 거리를 좁히는 방법을 고민하게 한 작업이기도 했다.”
그를 올해의 남자배우로 선정한 지지자들 역시 각기 다른 장르와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 그의 솜씨를 호평했다. “<황해>의 면가를 연기할 때는 짐승이 되고, <완득이>의 동주는 인간미를 보여주었다. 같은 배우가 맞는지 의심스럽다.”(김종철) “거의 극과 극을 달리는 두 영화에서 어쩜 그렇게 편안하게 잘 놀던지.”(듀나) 자신에 대한 평가를 들은 김윤석은 매 작품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은 ‘영화의 적은 나 자신인가?’이다. 배우는 착각에 빠지기 쉽기 때문에 작업의 처음부터 끝까지 항상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 그의 다음 선택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고려하고 있는 게 있지만 아직 결정하진 않았다. 어떤 작품일진 모르지만 현재 장르영화에 질렸다는 느낌을 받고 있는 건 분명하다. 장르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그게 내 마음대로 되겠나? (웃음)” 이 남자, 다음은 또 어디로 점프할 생각일까.
올해의 신인 남자배우 <파수꾼> <고지전> 이제훈
불안한 눈빛 이제훈에게 2011년은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해’이다. 이현경 평론가는 이제훈을 “독립영화 <파수꾼>과 블록버스터 <고지전> 두편에서 활약한 올해의 슈퍼 신인”이라며 “대사 처리에서는 미숙함이 엿보이나 강렬한 여운을 남기는 얼굴이다. 이번 두 작품의 캐릭터는 비슷한 면이 있어서 앞으로 다른 활약이 기대된다”고 평했다. 영화의 사이즈만큼이나 <파수꾼>과 <고지전>은 이제훈에게 각기 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이제훈은 “<파수꾼>을 통해 장편영화의 처음부터 끌까지 끌고 가는 경험을 할 수 있었고, <고지전>을 통해 동료 배우, 스탭들과 도움을 주고받는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며 “앞으로 ‘이제훈’ 하면 극장에서 보고 싶은 배우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매력인 불안한 눈빛”(한창호)은 현재 촬영 중인 2012년 출연 영화 <건축학 개론>과 <점쟁이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의 신인 여자배우 <혜화,동> 유다인
다면적 얼굴 “선악과 진의를 구별하기 힘든, 섬세한 묘사가 가능한 다면적 얼굴.”(장병원) “투명하고 청초한데, 맹랑하고 강단있는, 의외로 다양한 장르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얼굴.”(남다은) 올해의 신인 여자배우로 유다인을 꼽은 이들은 대부분 그녀의 평범한 ‘얼굴’이 지닌 풍부한 함의에 대해 언급했다. 평자들의 지적처럼, <혜화,동>의 혜화는 한명의 인물이 아닌 ‘혜화들’이었고, 유다인의 재능이었기에 ‘혜화들’은 스크린 안에서 함께 숨쉴 수 있었다. “지난해 말부터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가장 달라진 건 자신감이 생겼다는 거예요.” 육상효 감독의 코미디 <구국의 강철대오>에서 80년대 중반 운동권 여대생 역을 맡아 새해 1월부터 촬영에 들어간다는 유다인. 자신이 맡은 서예린을 ‘똑똑하고, 밝고, 당차고, 정의로운’ 친구라고 소개했지만 우리가 마주하게 될 인물은 그녀의 설명 이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