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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기] 머뭇머뭇 전진하는 진지남

이민기

이민기는 진지하다. 큰 눈으로 상대를 주시하며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한다. 이민기에 대해 조금만 관심있다면 이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진지함 속에 감춰둔 이민기의 또 다른 모습이 있다. 그는 욕심이 많은 남자다. 욕심을 잘 드러내지 않기에 이런 면은 쉽게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다. 진지하기에 그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의 열정은 내면 깊은 곳에 숨어 있다.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한 이민기는 이른바 ‘4차원’이다. 고민고민하다 뱉은 한마디가 그를 4차원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렇다고 그걸 따져 묻는 성격은 아니다. 대신 그 상황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는 듯하다. 어쩌면 <오싹한 연애>의 조구를 연기하는 이민기도 이와 비슷하다. “감독님 OK가 첫 번째고,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얘기를 하는데 감독님이 굳이 아니다 그러면 강요하지는 않아요. 어떻게 보면 앞으로 고쳐야 할 점이라는 생각도 들고 내가 더 욕심을 내야 할 부분인가 싶기도 한데 지금까지는 그게 맞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민기의 속내를 조금 더 들어보자. “나중에 봤을 때, 연기자로서 연기 하나만 본다면 욕심나는 거 물어보고 무조건 찍어보자고 감독님을 설득하는 게 상황에 따라 필요하지 않나 싶지만, 그래도 일단은 감독님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이민기는 자기 욕심을 드러내기를 꺼린다. 아직은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이민기의 이런 생각과 달리 그는 <해운대>에서 <>으로 이어지는 영화에 출연하며 명실상부한 주인공의 위치에 선 배우가 됐다.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을 만도 한데 여전히 머뭇거리는 느낌이 있다. 스스로 잘나간다는 생각은 전혀 해본 적이 없단다. “아직 그 타이밍은 아닌 것 같고 갈 길이 먼 것 같아요. 둘 중 하나는 해야 하는데, 뭐라고 할까, 확 뜨든지 아니면 정말 연기를 잘해야 해요. 지금은 제 나이 또래 배우 중에 ‘저런 애가 없지, 괜찮지 않냐’라는 평가 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저도 많이 노력해야 하고, 연기 부분도 그렇고 여러가지로… 잘 모르겠어요.”

말끝을 얼버무렸지만 이민기는 확 뜨는 것보다는 연기에 대한 욕심이 더 큰 것 같다. 사실 이민기는 어수룩한 꽃미남 혹은 약간은 까칠하고 무데뽀 같은 이미지로 대중에 각인됐다. <오싹한 연애>에서도 이 이미지를 활용하지만 이전과 달리 성숙한 냄새가 난다. “지금까지 이민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보다 조금은 성숙한 느낌으로 하려는 생각이 많았기에 아마 예전과 다르겠죠.” <바람피기 좋은 날>에서 연상녀 김혜수에게 휘둘리는 어수룩한 남자는 아니라는 말이다. 이민기가 연기하는 조구는 자신에게 붙은 귀신 때문에 마음을 닫은 여리(손예진)를 아끼고 지켜주는 듬직한 남자다. 이민기는 크게 눈에 띄지는 않더라도 조금씩 변화하는 자신에 주목한다. “같은 이미지에 질려버리면 분명히 새로운 에너지가 안 나올 거란 말이죠. 연기할 때 식상한 것들이 나올 테니까요. 조금 다른 역할, 내가 안 했던 거, 못했던 거, 잘 모르겠는 거, 그런 걸 할 때 뭔가 돌발적인 에너지가 나올 것 같아서 다음에는 기존 이미지에서 조금은 벗어난 작품을 했으면 좋겠어요.”

3년 전 <오이시맨>에 출연한 이민기는 배우가 된 것은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지금도 그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뚜렷한 변화는 감지된다. “연기를 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그런 상황에서 노력하면 이룰 수 있을 만큼의 기회가 주어져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제가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 순전히 다 내 능력이오, 라고 얘기하기에는 부족한 게 많아요.” 그렇다고 이민기가 충무로를 대표할 만한 배우로 성장한 게 모두 그의 운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도 그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욕심을 더 낼 수밖에 없다. 2년 뒤 병역 의무를 의해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해야 하는 이민기는 그 기간 동안 “연기가 하고 싶어 좋아하는 음악도 못 만들 것 같다”고 말한다. 색다른 역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에 이런 말도 한다. “제가 인터뷰나 쇼, 오락프로그램에서 칼 같은 정갈한 모습을 안 보이잖아요. 제가 보여줬던 걸 토대로 ‘이민기는 저런 애잖아’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조금씩 깨나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제가 또 그런 걸 노리고 어디 가서 갑자기 목소리 깔고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밤에 혼자 소주 마실 것 같은 거죠. 이런 상업적이고 가식적인 나쁜 놈 하면서요. (웃음)” 부디 다음 작품에서는 “감독님, 다시 한번만 할게요”를 자신있게 외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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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 김선희 실장·메이크업 김지현 실장·스타일리스트 차주연 실장·의상협찬 반하트, 란스미어, 우영미(솔리드옴므), 질스튜어트 옴므, 체사레파쵸티, 카이아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