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을 보는 여자 여리(손예진)는 외롭다. 자신에게 붙어 있는 귀신이 여리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공포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그 무시무시한 체험을 한 사람들은 여리의 곁을 떠나고 만다. 심지어 가족도 핀란드로 이민을 가버렸다. 친구들과도 전화로만 만난다. 그런 여리에게 마술사 마조구(이민기)가 손을 내민다. 별볼일 없는 거리의 마술사였던 조구는 창백한 얼굴의 귀신 같은 여리를 우연히 만나 호러 마술을 개발하고 스타 마술사로 성장한다. 성공한 조구는 사람들과 섞이기 두려워하는 여리의 사연을 알게 되면서 그녀를 지켜주는 남자가 된다.
<오싹한 연애>는 공포물과 로맨스물이 이종교배한 결과물이다. 그렇다고 장르를 규정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오싹한 연애>는 로맨틱코미디다. 영화의 초반에는 귀신을 보는 여리의 사연을 보여주며 공포영화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반면에 후반부로 가면 조구와 여리의 로맨스가 중심에 놓이며 달콤하고 애절한 사랑에 무게중심을 놓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포와 로맨스의 조합은 절반의 성공과 실패다. 성공의 이유는 손예진에게서 찾을 수 있다. <오싹한 연애>는 이민기보다는 손예진의 매력에 많이 기대는 영화다. 손예진은 <작업의 정석>(2005)에서 보여준 능청스러운 연기와 <아내가 결혼했다>(2008)의 톡톡 튀는 매력을 모두 업그레이드했다. 특히 여리는 주사가 있는 여자로 등장하는데 술에 취한 여리의 눈웃음은 손예진만이 가능한 연기처럼 보인다. 배우의 매력은 살아 있지만 장르가 어중간하게 섞이면서 절반은 실패했다. 초반 귀신이 등장하는 신들은 본격 공포물에 비해 그 강도가 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공을 들이지 않고 공포물의 특성만 단순히 차용한 느낌이다. 참신한 공포의 장치도 찾기 어렵다. 또한 후반의 로맨스는 로맨틱코미디에서 익숙한 공항 이별신을 살짝 비틀며 나름의 차별화를 시도하지만 관객의 눈물을 이끌어낼 정도로 감정이입되기는 힘들다. 이 또한 극의 구성상 필요한 장치로만 활용되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오싹한 연애>가 재미없는 영화라는 말은 아니다. 극의 전반에 녹아 있는 코미디는 나쁘지 않다. 간혹 의도한 웃음이 터지지 않을 수는 있지만 타율은 꽤 높다. 로맨틱코미디로서의 정체성은 확실히 지니고 있는 셈이다. 또 하나 <오싹한 연애>에서 눈에 띄는 것은, <시실리 2km> <카리스마 탈출기> <두 얼굴의 여친> 등의 시나리오작가 출신답게 황인호 감독이 장르의 특성을 영화 내부로 적극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공포영화의 여주인공은 사랑을 왜 안 하는 줄 알아?”라는 조구의 대사나 “너는 여주인공 친구의 친구 같은 년이야”라고 여주인공 여리의 친구(김현숙)가 자신의 친구(이미도)에게 던지는 대사가 대표적이다. 2011년 가을부터 시작된 로맨틱코미디 릴레이 개봉의 끝에 자리한 <오싹한 연애>는 공포와 로맨스의 결합에 따른 시너지를 폭발시키지 못했지만 연말 데이트 영화로서는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