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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 사람들의 일상이 녹아든 착하고 따뜻한 영화 <다슬이>

울진의 한 어촌, 아홉살 소녀가 등대 외벽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경비 할아버지의 으름장도 아이를 말리지는 못한다. 아이의 이름은 다슬이(유해정). 그녀는 동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벽이나 지붕, 혹은 돌담에 그림을 그린다. 다슬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눈사람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이다. 눈처럼 흰 우유에 밥을 말아먹으며 다슬이는 매일같이 눈이 오기를 기다린다. 그러던 어느 날 거짓말처럼 하얀 눈이 쌓이고, 다슬이는 정성들여 눈사람을 만들기 시작한다.

<다슬이>는 서번트 신드롬(발달장애가 있는 이들이 특정 분야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갖는 현상)을 보이는 자폐아동 다슬이와 아이의 곁을 지키는 할머니, 그리고 나이트클럽 웨이터인 삼촌의 이야기다. 하늘과 가까운 달동네 단칸방에서 이들은 티격태격하며 서로를 보듬고 살아간다. 다슬이의 재능은 일차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에 있지만, 현실을 아름답게 재구성할 수 있는 상상력 역시 그녀가 가진 놀라운 재능 중 하나다. 영화는 다슬이가 보는 특별한 세계를 애니메이션 효과 등을 활용해 섬세하게 그려낸다. 다슬이 역을 맡은 아역배우의 영민한 연기도 인상적이다. 때때로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은 쉽게 정의될 수 없는 감정을 무심한 듯 툭 던져놓으며 현실의 무게를 전한다. 그런데도 아역배우를 포함한 배우들의 연기가 과장되게 연출된 대목이 가끔 눈에 띈다. 비교적 익숙한 에피소드와 다소 작위적인 설정을 통해 갈등이 진행되고 있어, 좀 나이브한 추측으로 스토리를 구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다. 다행히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는 힘을 얻고, 결말은 눈시울을 뜨겁게 만든다. 한가로운 바닷가 풍광 속에 어촌 사람들의 일상이 녹아든 착하고 따뜻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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