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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친근함 속에서 묵묵히 우리의 무지를 일깨운다 <고양이춤>

어느 날 두 남자가 길고양이들을 만났고, 이들에게 이름을 붙여주자 소박한 인연이 시작되었다. <고양이춤>은 CF감독 윤기형과 시인이자 여행가인 이용한이 담담하고도 다정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그 인연의 기록이다. 이용한 시인의 에세이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에 실렸던 사진들과 윤기형 감독이 찍은 영상이 번갈아 이어지는 가운데, 화면 위에는 길고양이들의 희로애락이 경쾌하게 펼쳐진다. 스틸과 영상의 두축은 마치 공을 토스라도 하듯이, 서로 주거니받거니 만나고 교차하면서 이야기의 동력을 만들어간다. 여기에 애니메이션과 CF 영상, 사람들의 인터뷰가 간간이 끼어들어 영화의 호흡을 조절하며 재미를 더하고 있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두 인물의 내레이션은 인간 중심적일 수밖에 없는 이 작품의 근본적인 한계를 인정하고, 최대한 고양이를 중심에 두려고 하는 배려를 보인다.

<고양이춤>은 제작진이 애정 어린 노력을 가지고 포착한 각별하고 사랑스러운 장면들로 촘촘히 채워진다. 길고양이들은 숨바꼭질을 하며 장난을 치고, 꽃 냄새를 맡으며 망중한을 즐기는가 하면 다친 동료를 보호하거나 먹을 것을 양보하기도 한다. 부서진 콘크리트 더미에서 힘겹게 짝의 출산을 돕는 고양이도 있다. 새끼가 죽고 동료가 로드킬당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이들은 자신만의 룰을 지키며 낯선 동물 친구들, 혹은 인간들과 소소한 인연을 쌓아간다. 영화는 길고양이들의 짧지만 다채로운 생을 길 위의 어딘가에 있을 소외된 삶, 예컨대 먹이를 찾기 위해 도로를 누비는 비둘기들이나 버려진 이불과 박스를 주워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단한 일상과 함께 놓는다. 이들 모두를 아우르는 따뜻한 시선은 이 영화가 가진 미덕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 <고양이춤>은 대중적인 화술로 일상적인 소재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가운데, 그 친근함 속에서 묵묵히 우리의 무관심과 무지를 일깨우는 사려 깊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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