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예술은 인간을 감동케 하는가. 혹은, 왜 예술은 인간의 사랑을 받는가. 예술의 무엇이 마음을 울리는가.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누군가는 창작을 하고 누군가는 비평을 한다. 흥미로운 건 오랜 세월 사랑받아온 고전에 대한 새로운 비평이나 분석글이 끝없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그림의 경우, 미켈란젤로가 그린 바티칸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화만을 다룬 글은 새로운 분석의 도구를 사용해 여전히 쓰이고 있다. 그림 속 인물들이 입고 있는 옷의 주름에서 뇌와 각종 장기의 모양을 읽어내는 사람은, 미켈란젤로가 인간의 해부를 통해 인체 (근육) 묘사의 정교함을 추구하고 상징적으로 내장 기관의 모양을 그려넣었다는 사실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유대교 신비주의인 카발라의 전문가는 미켈란젤로가 천장화를 통해 천주교가 아닌 카발라적 진실을 추구했다며 그림을 분석한다. 읽어보면, 다 말은 된다. 하지만 결국 천장화 아래 서면 하나의 관점을 통해 이 작품을 읽어내려는 시도가 헛된 것임을 실감하게 된다. 모두의 말이 옳다. 그게 인간을 초월하는 인간의 창조물, 예술이 갖는 힘이다.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 등을 비롯한 책을 쓰고 많은 책을 옮긴 노문학자 석영중의 <뇌를 훔친 소설가>는 문학을 뇌과학으로 읽어보고자 하는 시도다. 뇌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뇌과학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데 아쉬움을 느낄 테지만 고전문학을 어려서 읽은 뒤 한동안 멀리했던 독자라면 이 책의 친절함에 감동할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부터 애거사 크리스티의 <잠자는 살인>까지 다양한 소설이 등장하는데, 필자의 전문분야인 러시아 문학에 대한 분석글은 뇌과학과의 연관성을 떠나 매우 흥미롭게 읽힌다. 하지만,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와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이 연결지어지는 순간, 자기계발과 시 쓰기의 연결고리를 느껴버리는 ‘너무 많이 읽은 독자’에게는 다소 심심한 독서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