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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차이나의 여신들
송경원 2011-09-21

2011 중국영화제 ‘대륙의 꽃을 만나다-중국영화의 뮤즈 특별전’ 9월26일부터 10월4일까지

모든 아름다운 것은 그대로 멈추어라. 지나간 시간을 지금 여기에 응고시키려는 영화의 욕망 한가운데에는 아름다움에 대한 원초적인 갈망이 있다. 아름다움에 이르는 길은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고, 미감(美感)이란 사람마다 다양할 수 있지만 영화의 아름다움을 스스로의 몸에 오롯이 담는 여배우는 그야말로 영화의 꽃이자 영화가 꾸는 꿈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 그녀들을 모른다. 우리가 모두 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그녀들의 매력, 중국영화를 대표하는 여배우들의 진짜 얼굴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매번 이목을 사로잡는 컨셉으로 한·중 영화교류에 앞장섰던 CJ 중국영화제에서는 올해 드디어 ‘대륙의 꽃을 만나다-중국영화의 뮤즈 특별전’이란 이름으로 관객의 마음을 두드릴 준비를 마쳤다. 화제작부터 미개봉작을 아우르는 총 11편을 중심으로 서기, 공리, 장쯔이, 탕웨이, 판빙빙 등 10인의 중국영화 속 뮤즈의 매력을 만날 수 있는 2011 중국영화제는 중국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확인할 수 있는 매혹의 시간이 될 것이다.

이번 영화제는 중국의 여신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만큼 멜로와 로맨틱코미디가 다수 눈에 띈다. 추억과 그리움, 그리고 설렘에 관한 영화 <호우시절>(2009)은 허진호 감독, 정우성 주연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단아한 매력의 고원원을 중심에 놓고 다시 보면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말할 수 없는 비밀>로 우리에게 친숙한 계륜미 주연의 <어깨 위의 나비>(2011)는 올해 개봉된 최신 미개봉작으로 한 남자와 세 여자의 만남을 그린 판타지 로맨스영화다. 시처럼 아름다운 영상 위에 화사한 계륜미의 미소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말랑해진다.

중국 개봉 당시 <아바타>의 흥행을 누른 <쉬즈 더 원2>(2010)는 영원한 팜므파탈 서기 주연의 로맨틱코미디 시리즈다. 백만장자와의 로맨스라는 식상한 주제를 극복할 수 있는 이유는 펑샤오강 감독의 세련된 연출이 반, 서기의 치명적인 매력이 반이다. 반면 전혀 다른 방법으로 식상함을 타파한 영화도 있다. 외유내강의 지적인 이미지로 중국인에게 사랑받아온 서정뢰 주연의 <두라라승진기>(2010)는 전형적인 현대판 신데렐라 ‘두라라’에 관한 이야기다.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큰 사랑을 받은 이 이야기는 서정뢰의 손에 들어가 비로소 제 모습을 찾은 느낌이다. 스스로 주연부터 감독까지 도맡은 이 영화에서 그녀는 그녀만이 보여줄 수 있는 단 하나의 표정이 지닌 마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장쯔이가 1인3역을 해낸 <자스민 우먼>(2004)은 1930년, 60년, 80년의 상하이를 배경으로 3대에 걸친 여인의 삶을 그려낸 수작이다. 장쯔이의 인상적인 연기와 더불어 역사와 개인사를 엮어나가는 안정된 연출이 가슴을 울린다. 무엇보다 중국 여인의 끈끈한 삶을 주제로 삼았다는 점에서 이번 영화제에 어울린다. <관음산>(2009) 역시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여성의 의지가 아름답게 빛나는 영화다. 관음보살을 연상시키는 제목처럼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관음산에 살고 있는 중년 여인의 삶을 담은 이 영화는 상처와 치유에 관한 기록이다. 중국 4대 여신 중 가장 화려한 색채로 빛나는 판빙빙의 수수하고 차분한 연기를 발견할 수 있는 이색적인 영화이기도 하다.

그 밖에도 <황후花>(2006)의 공리, <검우강호>(2010)의 양자경,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의 리빙빙 등 국내 개봉영화를 통해 익히 얼굴이 잘 알려진 여배우들도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올해 중국영화 최고의 화제작인 <건당위업>(2011)과 그 전작 <건국대업>(2009)을 만날 수 있는 행운의 자리도 함께 마련되었다. 마오쩌둥이 공산국가를 수립한 과정을 그린 <건국대업>과 1911년 신해혁명부터 공산당 결성의 이야기를 다룬 <건당위업>은 중국영화 사상 최대의 제작비, 100명이 넘는 최고의 배우들이 동시에 출연하는 등 화제를 낳은 기념비적인 작품이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국내에 소개되지 못하다가 이번 영화제를 빌려 관객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야말로 중국영화의 오늘을 확인할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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