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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척, 코스튬 따윈 필요없어 우린 전사들이다
씨네21 취재팀 2011-09-08

스크린 속 여전사는 어떻게 진화했나 - <에이리언>의 리플리부터 <콜롬비아나>의 카탈리아까지

우리는 왜 여전사를 사랑하는가. 만약 당신이 남자아이들에게 놀림 받는 소녀라면 <버피와 뱀파이어>를 보며 뱀파이어 같은 남자들을 때려잡는 권법 소녀가 되길 꿈꿀 것이다. 당신이 성차별적인 직장 상사들에게 시달리는 여자라면 탕비실의 과도를 들고 <킬 빌>의 브라이드처럼 상사들의 멱을 따는 상상을 할지도 모르겠다. 만약 당신이 남자라면?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의 안젤리나 졸리 같은 아내를 만나 호위호식하는 삶을 그리거나, <여전사 제나> 속 헐벗은 여신들에게 둘러싸여 엉덩이를 걷어차이는 상상을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체 이 강인한 여자들은 언제부터 스크린에 등장해 우리의 혼을 빼놓기 시작한 걸까.

2011년 여름은 또 다른 여전사의 계절로 기억되리라. 여름 내내 우리가 목도한 건 여자들의 액션이었다. <7광구>의 하지원은 맨손으로 괴물과 맞서고, <한나>의 시얼샤 로넌은 여린 손으로 남자들의 목을 꺾었으며,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의 페넬로페 크루즈는 조니 뎁과 맞대결을 펼쳤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뤽 베송이 제작한 <콜롬비아나>에서 조 샐다나는 자기 몸집만한 바주카로 갱단을 기습하고, <푸른 소금>의 신세경은 암살용 장총을 들고 달음박질친다. 전통적인 남자 액션 히어로들의 자리는 이제 여전사들의 차지가 된 걸지도 모른다. 대체 그녀들은 언제부터 우리 곁에 나타나기 시작한 걸까.

사실 여전사들은 할리우드와 충무로의 신종 직업이다. 무협영화의 고고한 전통을 지닌 중화권을 제외하자면 여전사라는 직업을 처음으로 발명한 건 액션 장르를 열어젖힌 할리우드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런데 할리우드에서 진정한 첫 번째 여전사의 등장을 언제라고 해야 좋을까. B급 영화광들이라면 70년대 블랙익스플로이테이션영화 속 흑인 여전사들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팜 그리어를 스타로 만든 <코피>(1973)와 <폭시 브라운>(1974), 혹은 <애꾸눈을 가진 여자>(1974) 같은 아름다운 쓰레기들 말이다. 그러나 익스플로이테이션영화들은 익스플로이테이션영화들이었다. 그녀들은 B급 쓰레기 속에서 피어난 꽃이었고, 이후 쿠엔틴 타란티노 같은 후배가 <재키 브라운>과 <킬 빌>로 오마주를 바치기 이전에는 할리우드의 흑역사 속에서만 고고하게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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