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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들의 인권과 자유의지, 욕망이 거친 호흡으로 표출 된 <숨>
남민영 2011-08-31

수희(박지원)의 ‘숨’은 새끼고양이의 호흡처럼 밭고 거칠다. 장애를 가진 그녀는 어려서 복지시설에 맡겨졌고 그곳에서 자라 성인이 됐다. 복지시설의 목사(홍석연)와 원장(신연숙)은 장애인들에게 “우리는 가족이다”라고 말하지만, 이곳의 실상은 성폭력과 착취로 얼룩져 있다. 다른 장애인들보다 몸이 덜 불편한 수희는 잡일을 하고 장애인들을 돌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한다. 고된 그녀의 일상을 감싸는 한줄기 빛은 시설에서 같이 생활하는 민수(이원섭)와의 연애다. 그들은 보통의 연인들처럼 서로를 어루만지며 사랑을 키워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수희의 배는 민수의 아이를 가져 점점 불러오고 그녀의 삶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은 전북 김제 ‘기독교 영광의 집’에서 벌어졌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장애인들에게 지속적으로 가한 성폭력과 횡령 등의 문제가 밝혀지면서 충격을 주었던 사건이다. 영화는 사건을 고발하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 사건의 충격적인 진상은 뉘앙스로만 전달된다. 극적인 부분들을 제외시킨 대신, <>은 조금씩 변화하는 수희의 감정선을 내밀히 따라간다. 임신 이후 그녀에게 벌어지는 연속적인 사건과 환경의 변화를 수희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수희가 사랑하는 일상과 욕망은 무엇인지 천천히 보여준다.

<>은 전주에서 로컬영화를 찍는 함경록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그는 주연배우로 실제 장애여성인 박지원을 캐스팅했다. 영화와 연기를 처음 접한 그녀지만,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맞댔을 그녀의 연기는 매우 사실적이다. <>은 보호와 도움이란 이름 아래 묵살되어왔던 약자들의 인권과 자유의지, 그리고 욕망을 수희의 거친 호흡을 통해 표출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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