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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일] 몸이 말한다, 배우의 증명
강병진 사진 최성열 2011-08-15

<최종병기 활> 박해일

장도리를 쥔 남자를 그리면 그가 곧 최민식이다. 소뼈를 쳐든 남자를 그려놓으면 김윤석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박해일의 캐리커처에서는 ‘화염병’이 빠질 수 없다. “연기를 하면서 특별히 누군가에게 가해를 해본 적이 없었던” 그에게 ‘화염병’은 처음 주어진 무기였고, <괴물>은 박해일의 날렵한 매력을 엿볼 수 있는 유일한 영화였다. 그에게 이번에는 ‘활’이 쥐어졌다. 빨리 뛰고 재빠르게 간파해 0.01초 단위의 호흡으로 쏴야 하는 활의 직선적인 성격만큼 박해일이 연기한 남이의 캐릭터 또한 명쾌하다. 납치된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지는 오빠. 이중적이거나 때로는 찌질했던 박해일의 캐릭터들과 비교할 때 남이는 숨겨진 모습 따위를 드러낼 겨를이 없는 남자다.

<최종병기 활>은 박해일의 두 가지 갈망이 한데 모인 작품이다. 말과 표정보다는 몸으로 이야기하는 남자를 원했고, 사극을 해보고픈 마음이 있었다. 물론 활에 대한 관심까지 있었던 건 아니었다. “나한테 활 하면 떠오르던 건 (<괴물>에서 양궁선수인 남주를 연기한) 배두나였다. (웃음)” 그러던 어느 날, 한강 둔치에서 가끔 캐치볼을 하던 김한민 감독이 활을 선물했다. “즉석에서 몇 가지 자세를 배운 뒤 시위를 걸어봤다. 외국영화에서 보던 것과는 다른 원초적인 느낌이 있더라. 조준점 없이 오랜 시간 훈련을 통해 얻은 자신만의 동물적인 감각으로만 쏴야 한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활을 잡아본 뒤 그는 모니터 삼아 읽어본 영화 시나리오 안에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지금까지 만나본 적이 없던 새로운 남자가 나타났다.

액션영화로서 <최종병기 활>은 <테이큰> <아저씨> 등과 비교할 수 있는 작품이다. 누군가를 위해 집요하게 싸우다 끝내 산화하고 마는 남자의 이야기는 남자배우라면 분명 누구나 탐낼 법한 신화다. “역시 그런 흐름이 이 영화에도 있다. 그런데 사실 관객의 입장에서 그런 영화를 보고 나면 자연인으로서의 나에게 느끼는 원망이 있더라. 괜히 빈혈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 (웃음)” 당연히 박해일이 연기하는 액션 영웅이라면 리암 니슨이나 원빈과는 다른 매력을 지닐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남이는 정의에 대한 공명심이나 사랑하는 연인을 향한 순애보 때문에 목숨을 거는 남자가 아니다. 역적으로 몰린 아버지가 죽은 뒤 유일하게 남은 혈육인 동생을 구하려 한다는 동기는 박해일의 이미지를 액션으로 이끄는 데에 최적화된 설정일 것이다. 그가 연기한 액션 스타일도 “흔히 보는 액션영화의 주인공처럼 모든 게 다 되는” 방식으로 구현되지 않는다. 굳이 기존의 액션 영웅 가운데 모델을 찾자면 제이슨 본에 가깝다고 할까? 무작정 달려들기보다는 사태를 파악한 뒤 움직이고, 쫓고 쫓기면서도 유리한 고지를 눈여겨보는 와중에도 부족한 화살을 주워가는 남이의 운동감은 매우 현실적이다. <최종병기 활>은 박해일의 캐리커처에 화염병 대신 활을 그려넣기에 충분한 작품일 것이다.

박해일은 <최종병기 활>을 끝낸 뒤 예전과는 다른 시원함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몸을 최대한 써서 아드레날린을 있는 대로 분비하고 나서 시원하게 샤워한 뒤의 느낌 같다.” 올해 1월 <심장이 뛴다>를 끝내고 바로 파주로 달려가 승마와 활쏘기를 연마했고, 봄과 여름 내내 전국을 뛰어다녔으니 그럴 법도 하다. 다른 작품들이 그의 기억 속에 끊기지 않는 잔상을 남겼다면 이번 작품은 그의 몸에 탄성을 남겨놓았을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상당히 밭은 호흡으로 달려왔다. 견딜 만해서 그런 게 아니라 호기심이 컸기 때문인 것 같다. 이제까지가 준비운동의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해볼 만한 작품을 예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선택해보고 싶다.” <최종병기 활>의 탄성으로 날아갈 박해일의 다음 작품은 정지우 감독의 <은교>가 될 전망이다. 박해일의 활시위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팽팽히 당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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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스트 정주연·의상협찬 BYtheR, 반하트옴므, attheMUE, 타임옴므, 리바이스, 레페토, Shose By Launching 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