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린(베로니카 은고)의 삶은 새장에 갇힌 새와 다를 바 없다. 그는 고아로 자랐고, 유흥업소를 전전하다가 인신매매 조직에 끌려갔다. 남다른 운동신경 덕분에 조직의 보스는 트린을 킬러로 키웠고, 트린은 완벽한 임무 수행으로 보스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폭력으로 가득한 세계에서 트린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치는 이유는 딱 하나다. 하나뿐인 딸과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다. 새 삶을 위해 조직을 떠나려는 트린을 보스가 놓아줄 리 없다. 보스는 트린의 딸을 인질로 잡고 트린에게 마지막 임무를 내린다. 프랑스 마약 조직에 침투해 방대한 양의 기밀정보가 들어 있는 노트북을 빼내오는 것. 트린은 정체불명의 남자 쿠안(자니 뉴엔)을 비롯해 4명의 용병을 구성해 임무 수행에 나선다.
한 줄기의 희망도 보이지 않는 삶만 놓고 보면 <클래쉬>의 트린은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주인공 마츠코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야기는 드라마가 아닌 액션에 방점을 찍는다. 확실히 감독은 쿠안과 짝을 이뤄 여러 명의 악당을 상대하고 총을 능숙하게 쓰는 등 트린의 액션을 다양하게 전시하지만 액션 자체가 새롭지는 않다. 물론 액션이 캐릭터를 제법 매력적으로 포장하는 부분은 있다. 많은 관객을 의식했을까. 트린과 쿠안이 연인 관계를 형성하면서 영화는 어느 순간 트린뿐만 아니라 쿠안의 사연까지 끼워둔다. 그리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지만 마지막에 등장하는 반전을 위한 선택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것도 <무간도>를 떠올리게 하는 설정이라는 점에서 이야기의 재미가 반감된다. 차라리 강인한 여성 캐릭터를 마지막까지 뚝심있게 밀어붙였으면 어땠을까 싶다. <클래쉬>는 2009년 베트남 박스오피스에서 흥행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