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를 맞은 시네마디지털서울영화제(CINDI영화제)가 새 사람을 맞았다. 한국영화 프로그래머 함주리씨다. 일단은 독립영화쪽 경력이 화려하다.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 사무처장을 지냈고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사무국장을 했다. 각종 기획 및 프로그래밍, 심사에 참여했다. 2008년에 서울독립영화제를 퇴사한 뒤로는 영화진흥위원회 위촉 연구원으로 있었고 2009년과 2010년에는 국제대학생평화영화제의 프로그래머를 했다. CINDI에 뛰어든 이유는 “프로그램에 집중할 수 있는 일을 더 해보고 싶어서”다. 본격적인 무대에 나선 셈이다. “일이 재미있다. 한국영화를 담당하니 그간의 한국영화 감독들의 신작을 보게 되고 감독들하고 교류도 하게 된다. 이전에도 그런 건 있었지만 CINDI에 와서 그 역할이 집중되어 더 재미있다.”
함주리 프로그래머의 올해 첫 프로그래밍은 “가벼운 상상력에만 기대지 않고 세상에 대한 시선이나 고민이 담겨 있으면서도 영화 형식적으로 다양한 작품들” 위주다. “김동명의 <피로>, 이강현의 <보라>, 정재훈의 <환호성>, 이 작품들은 직접적이진 않지만 현실과 떨어져 있지 않고 동시에 다양한 형식의 영화들이다.” 첫해인데 각오를 안 물으면 섭섭하다. “장기적인 비전 같은 건 없다”면서도 그녀가 밝힌 계획. “왜 어느 영화제나 좀 어려운 영화를 상영할 때 보면 관객이 줄줄이 나가지 않나. 그런 영화들을 상영 할 때는 끝나고 하는 관객과의 대화보다 시작 전에 하는 설명회가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런 걸 모색해보면 어떨까 싶다.” CINDI의 상영작들은 대개 강경하고 똑 부러진다. 이 영화들의 분위기에 잘 적응하고 있는 걸까. “나도 몰랐는데 내가 말랑말랑한 영화를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막상 어떤 선택의 순간이 올 때는 좀 센 영화를 무의식적으로 선호하게 된다. (웃음)” CINDI에 적격인 모양이다. 당신이 올해 CINDI를 찾는다면 관객과의 대화의 사회를 보고 혹은 “극장 주위를 열심히 배회하는” 이 사람, 새로운 한국영화 프로그래머 함주리씨를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