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다문화영화제 프로그래머로 추천을 받고 연락을 했는데 본인은 정작 망설인다. “팀장님과 인터뷰 하시는 건 어떨지….” 쑥스러운 모양이다. 예의나 배려가 몸에 밴 사람이다. CGV 다양성영화팀 이원재 프로그래머는 지난해 3월 팀에 들어왔다. 그전에는 영상문화와 영상운동 관련 일들을 주로 해왔다. 문화기획 등에 참여했고 소규모 영화사에도 잠깐 있었으며 김정(김소영) 감독의 <경> 프로듀서도 했다. “지난해 다문화영화제 관련해서는 실무만 맡았고 올해는 프로그램의 취지를 정리하는 정도였다. 팀 내에서 주로 하는 일은 다문화영화제, 이주노동자영화제 같은 기획전 업무다. 올해는 예술영화 입문자들을 위해 ‘거장들의 화양연화’를 열었고, 화제가 됐던 다양성 예술영화 및 독립영화를 모아 ‘해피 뉴 무비 기획전’도 열었다. 매달 정기적으로 열리는 ‘시네마톡’도 내가 하는 일이다. 시네마디지털서울(CinDi)이나 서울독립영화제 등 외부 영화제와의 채널 역할도 하고 있다.”
올해 다소 달라진 제3회 다문화영화제의 취지에 관해서라면 그는 특히 더 힘주어 말한다. “1, 2회 때는 이주노동자 및 이주민들의 현실을 직시하는 영화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편성됐었다. 하지만 지난해에 느낀 건 이주민 관객 본인들이 현실을 팍팍하게 반영한 것만 보는 걸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이었다. 잠깐 쉬는 기분으로 영화를 보고 싶어 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여전히 이주노동자영화제가 전에 하던 역할을 할 것이니 그럼 다문화영화제는 대중적으로 폭을 넓혀보자는 취지였다.” 올해부터 ‘찾아가는 영화관’을 구성한 것도 그래서다. “규모와 상관없이 좋은 영화들을 더 많이 소개하는 것. 물론 대중성을 고려하면서.” 앞으로 자신이 더 주력해야 할 일이라고 이원재 프로그래머는 겸손하게 덧붙였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가치있는 영화와 영화인과 관객과 멀티플렉스 극장을 잇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뛰고 있는 그는 이미 좋은 주선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