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오늘은...몇번째 날입니까?
‘어디에 있는 거니?’엄마의 49재 날, 동생 ‘후경’이 떠났다. 101번째 날, 언니 ‘정 경’은 동생을 찾으러 길을 나선다. 여자 주인공 ‘정 경’은 여동생을 찾기 위해 남강휴게소 어딘가를 계속 헤매지만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여동생의 모습은 그녀를 계속 애타게 한다.
함께 있을 때 더 외로운 사람들, ‘우리는, 정말 타인일까?’
휴게소의 다른 사람들도 눈에 띈다. 컴퓨터를 잘 다루는 실직 청년 '창'. 한산미디어의 기자인 '김박'. 남강 휴게소 여직원 '온아'. 또 트럭에 없는 것이 없지만 정작 아내도 집을 나가고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 만물상 남자. 그들은 같은 공간에서 스쳐가지만 서로에게 자신이 찾고있는 삶의 단서가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한다.
인생을 가까이 보면 비극이라던데, 너의 풍경을 가까이 보면… 왜 따뜻한걸까?
컴퓨터에 능한 ‘창’이 만물상 남자의 아내를 찾아낸다. 김박의 카메라에서 ‘정 경’은 동생의 사진을 발견한다. 그리고 ‘김 박’은 ‘정 경’이 찾는 ‘후경’이 ‘온아’와 채팅 친구임을 알게 된다. 타인이었던 그들의 표류는, 영원히 계속되는 순간의 장소, 휴게소에서 어떻게 흘러갈까?
10일 동안의
우리를 닮은 두 자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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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驚(경)more
이것이 놀랍다
2009년, 부산국제영화제의 흥분,
한국 영화를 대표한 보석은 <마더>도 <해운대>도 아니었다.
2009년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 축제로 세계의 관심을 모은 이 곳에서 주최국인 한국은 수많은 화제작들을 세계에 소개했다. 천 만 관객을 돌파한 블록버스터부터 해외 영화제 수상작,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등 다양한 작품들이 관객과 평론가들에게 소개되었다. 그 영화들 중 가장 뜨거운 관심의 주인공은 어떤 영화였을까? ‘처음부터 마음을 녹아내리게 한’, ‘부산에서 만난 단연 최고의 영화’라는 평을 일반 관객들로부터 받고, ‘이 영화가 아름답지 않다면 무엇이 아름답겠는가!’라는 찬사를 평론가로부터 받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상영된, 김소영 감독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 <경>이었다.
1. 일상의 공간, 새로움의 마법을 만나다!
이동을 위한 멈춤의 장소 휴게소. 엄연히 쉬어가는 곳이지만 아무도 쉴 수 없다. 고단하게 일하는 사람들과 부산스럽게 떠나는 사람들만 존재할 뿐이다. 영화 <경>은 화장실과 호두과자로만 기억되는 그 곳의 뒷문을 열어 숨겨진 자연의 풍경을 펼쳐주고, 우리의 마음을 쉬게 한다.
고속도로 역시 다르게 다가선다. 느와르 영화의 긴장감도, 로드무비의 피로감도 없다. 영화 <경>은 고속도로 휴게소의 불빛을, 등대 삼아 찾아가는 바다와 같은 서정적 아름다움으로 발견한다. 컴퓨터 그래픽도, 극적 과장도 없이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공간, 늘 보던 사람들이 새롭게 느껴지는 마법 같은 경험, <경>의 선물이다.
2. 디지털, 아무도 말하지 못한 비밀을 클릭하다!
영화 <경>은 감히 아직, 아무도 보여주지 못했던 디지털 세상을 맨 얼굴 그대로 노출한다. 휴대폰을 분신처럼 달고 다니고, 디지털 카메라를 기억처럼 매 순간에 들이대며, 생각과 느낌은 컴퓨터의 매개로만 가능한 우리. 늘 곁에 있어서 몰랐던 일상의 소품들이 비로소 존재감을 가지고 다가선다. 장면, 장면마다 체온 없는 디지털이 얼마나 많은 관계를 대체하고, 동시에 우리가 얼마나 외로운지가 샅샅이 발각된다.
그러나 손님과 직원, 피사체와 카메라, 질문자와 응답자. 오늘을 사는 모두가 그렇듯이. 차갑고 형식적으로 만난 그들이 억지스러운 극적 장치 없이 소통불능의 시대를 뚫고 서로의 마음에 도달하는 기적을 영화 <경>은 보여준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으로…
3. 시간과 장르, 캐릭터의 경계를 확장시키는 경이로운 서사!
영화 <경>의 가장 큰 놀라움은 이 영화가 보여주는 서사의 방식이다. 전혀 엮이지 않을 것 같은 관계들은 마치 컴퓨터 윈도우 창을 겹겹이 열어놓듯 절묘하게 겹치고 교차된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고 애니메이션에서 드라마까지 영화의 장르경계도 허문다. 일상과 인물, 시간과 공간, 장르의 모든 영역을 새롭게 확장시키는 영화 <경>. 서사의 방식에서 <경>은 미래의 영화가 가야 할 방향 – 기존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해내는 -을 알려준다.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는 3D 기술을 보여주며 모두의 눈을 즐겁게 했지만 김 정 감독의 <경>은 일상을 바라보는 보이지 않는 3차원의 감동으로 모두의 마음을 깨어나게 할 것이다.
… 鏡(경)
우리를 비춰주는 거울 같은 영화, <경>에서 만나는 오늘의 얼굴
1. 88만원 세대
일자리도 없고, 미래도 없고, 빚은 쌓여가고, 사회가 요구하는 조건들은 점점 많아지는 오늘의 젊음. 그래서 세상은 그들에게 ‘88만원 세대’라는 별명을 붙였다. 영화 <경>에는 그 가난하고 고단한 오늘의 젊음이 있다. 끝없이 사람들에 치이는 휴게소의 감정노동을 친절하게(?) 버텨야 하는 ‘온아’, 애니메이터라는 ‘보수 미상’의 일에 전부를 건 ‘창’, 그리고 초라한 어머니의 유물만을 물려받은 정 경과 후경 자매, 그들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말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말과 동의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에 겹쳐지는 우리들의 고민들. 아직 우리의 사회는 ‘88만원 세대’에게 희망을 주지 못했다. 영화 <경>은 그들에게 어떤 답을 줄까?
2. 디지털 세상을 표류하는, 노매드
노매드(nomad), 사전적 의미로는 유목민이란 뜻이지만 자유를 추구하며 창조적으로 살아가는 21세기 인간의 새로운 전형으로 통용된다. 한국 사회는 개인의 자유에 배타적이다. 삶의 시간적 흐름 뿐 아니라 차를 사고, 집을 사고, 저축을 하는, 소비와 축적의 영역조차도 한국인들은 정해진 주류에서의 이탈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해진 삶의 원칙들을 거부하는 ‘노매드’의 현대인류 흐름이 한국사회에도 퍼지고 있다. 제도권의 학교를 거부한 대안학교나 홈스쿨이 늘고, 취업을 하지 않는 프리터족과 자유여행가, 자유기고가 등의 창조적 자유직종들, 그리고 결혼, 취업, 출산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새로운 세대가 한국에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영화 <경>에서 보여지는 그 자유로운 신인류들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가 눈치채지 못한 미래의 주류들일 지도 모른다.
景(경)
지금, 이 영화의 풍경을 만나야 하는 이유…
한 편의 영화를 보는 여유조차 쉽지 않은 바쁜 우리의 일상. 영화 <경>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속 깊은 여성 감독의 울림있는 솜씨로, <경>은 우리 모두를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세상에 없는, 세상이 꿈꾸는 여행으로 인도한다. 당신이 누구건, 얼마나 외롭건, 이 여행이 끝나면 당신의 마음은 남쪽으로 열려 있을 것이다.
1. 올레길을 걷듯, 수목원으로 떠나듯 자연 속에서 쉬고 싶다면…
1988년 퍼시 애들론 감독의 영화 <바그다드 카페>가 사막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을 위한 전환점의 장소였다면 2010년 영화 <경>의 남도 휴게소는 디지털 세상에 지친 모두를 위한, 치유의 쉼터다. 남쪽 바다와 강, 햇살을 가득 담은 화면들은 통영, 합천, 고성의 한적한 복고적 풍경부터, 도시의 흥등가, 고속도로, 항구까지, 우리의 지친 마음의 손을 잡고 따뜻한 치유의 여행을 떠난다.
2. 꿈처럼 아름다운 음악 속에서 치유되고 싶다면…
나윤선, 강허달림, 손지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여성 보컬들이 재즈와 포크의 매혹으로 영화를 안내한다. 두 자매의 여행을 따라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 위로 입혀진 여성 보컬들의 달콤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음색, 서정적이고 따뜻한 선율은 한 곡, 한 곡 마다 영혼의 마디마디를 어루만지는 듯한 섬세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당신이 궁금할, <경>의 비밀들…
1. 영화를 꿈꾸게 한 애니메이션의 비밀
영화 <경>에 삽입된 애니메이션 장면들은 그 에피소드 자체가 하나의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영화제에 출품되어도 손색이 없을만큼의 완성도를 자랑한다. 바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애니메이션과 학생들의 솜씨. 예술로서의 품격과 대중적 재미를 동시에 겸비한 작품들 속에서 한국 애니메이션의 범상치 않은 미래를 느낀다!
1)첫 번째 애니메이션 - <숫파니파타>
부처는 바리때 하나만을 들고 간신히 추위를 막을 수 있는 누더기를 걸친 채 여기저기 밥을 빌어먹으며 집 없이 다녔다. 제자들이 부처를 찾아와 진정 옳은 것을 물으면 이해하기 쉬운 말로 낱낱이 대답해 주었다. 부처의 가르침을 담은 책이 바로 <숫타니파타>이다. <숫타니파타>는 불교 경전 중에서도 가장 초기에 이루어진 경전이다. 후기의 불교 교리들이 갈수록 복잡하고 현학적으로 발전한 것에 비해 이 책에는 간단명료하게 진리를 말하는 초기 불교의 모습과 교리가 담겨져 있다. 모순과 갈등으로 이루어진 이 세계에서 인간으로서 가야 할 길을, 해탈의 세계에 이르는 길을 분명하고도 쉽게 말하고 있다.
• 영화에 인용된 <숫파니파타> 구절:
이빨이 강한 사자가 뭇 짐승을 제압하고
능히 정글의 왕으로 군림하듯
궁핍하고 외딴 곳에 거처를 마련하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사랑스럽고 즐거움이 되는 오욕의 대상을 버리고
믿음으로 집을 떠나
괴로움을 없애는 사람이 되라
물속의 고기가 그물을 찟듯 한번 불타버린 곳에는 다시 불이 붙지 않듯이
모든 번뇌의 매듭을 끊어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2) 두 번째 애니메이션 - <야래자(夜來者)>
<야래자>는 동아시아에 널리 퍼져있는 ‘이물교혼 설화’의 대표작이다. ‘이물교혼 설화’는 사람이 아닌 뱀, 지렁이, 용 등과 여성이 교접해 신성한 영웅이나 신을 낳는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 영화에 인용된 <야래자>의 내용:
옛날 어떤 부자가 광주 북촌에 살았는데 그에게는 용모가 단정한 딸이 하나 있었다.
한번은 아비에게 이르기를 ‘매양 보랏빛 옷차림의 사나이가 잠자리에 와서 관계합니다’라고 하였다. 아비는 이르기를 ‘너는 긴 실에 바늘을 꿰어 그 곳에 찔러 두어라’라고 하였다. 딸은 아버지의 말대로 하였다. 밝은 날에 실을 따라 북쪽 담장 밑에 이르니, 커다란 지렁이의 허리에 바늘이 찔려 있었다. 그 뒤에 이로 말미암아 잉태하여 아들을 낳았다. 열 다섯 살이 되자 스스로를 견훤이라고 일컬었다. 경복 원년 입자(892)에 왕을 일컫고 완산군에 도읍을 세우고 43년을 다스렸다.
2. 영화를 영원하게 할, 음악의 비밀
영화 <경>의 영화 음악에는 강허달림, 손지연, 나윤선 등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감동을 선사하는 여성 보컬리스트들이 대거 참여했다. 그들의 노랫말은 아름다운 영상 위에 입혀져 마치 두 자매의 마음을 대변하듯이 관객들에게 다가온다. 강허달림의 [기다림, 설레임] 중 ‘미안해요’, 손지연의 [실화(My Life’s Story)] 중 ‘실화’, 나윤선의 ‘Voyage’, 그리고 말레이시아 유명 인디 보컬리스트 Yuna의 ‘Backpacking Around Europe’ 등이 영화 <경>에 사용되었다. 또한 뮤지션들은 별도의 저작권료 없이 OST에 참여하며 영화에 대한 공감과 지지를 표현했다.
1) 나윤선
데뷔 1994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수상 2009년 프랑스 슈발리에 훈장 2009년 제6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음반상
경력 2000~2001 유럽 재즈 스쿨 'CIM' 교수
2001년 1집 [Reflet]
2002년 2집 [Light For the People]
2003년 3집 [Down by Love]
2004년 4집 [So I am…]
2005년 5집 [Memory Lane]
2006년 6집 [Voyage]
2) 강허달림(강경순)
2003~2004 밴드 '신촌블루스' 보컬
1998~2002 밴드 '풀 문(Full Moon)' 보컬
2005년 1집 [독백]
2008년 2집 [기다림, 설레임]
3) 손지연
2003년 1집 앨범 [실화(My Life`s Story)] 데뷔
2005년 2집 앨범 [The Egoist]
2008년 3집 앨범 [메아리 우체부 삼아 내게 편지 한 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