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씨네21> 영화평론상 수상작을 고르는 일은 유난히 힘들었다. 응모작 수도 51편으로 최근 몇년 사이 가장 많았을뿐더러 전반적인 수준 또한 예년에 비해 높아 심사는 꽤 까다로웠다. 평론의 제재 또한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전통적으로 많이 분포됐던 김기덕, 이창동, 임권택, 홍상수 등 한국의 작가 감독들에 관한 글이 상대적으로 감소한 대신 국내외를 떠나 화제작, 문제작에 초점이 많이 맞춰졌다. 라스 폰 트리에의 <안티크라이스트>나 장철수 감독의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은 그 대표적인 예였다.
본심 후보는 6명이었다. 김수, 김효선, 박상린, 이도훈, 이후경, 지연우씨가 그들. 심사위원들은 고심 끝에 최우수상 수상자로 이후경씨를, 우수상 수상자로 김효선씨를 뽑았다. 이론비평 ‘<더 브레이브>, 그 태도의 미덕’과 작품비평 ‘데이비드 핀처가 테크놀로지를 사유하는 방식’을 쓴 이후경씨의 글은 전반적으로 담담했지만 강한 추진력이 돋보였다. 특히 <소셜 네트워크>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조디악>을 테크놀로지와 속도라는 키워드로 훑어내리는 이론비평은 참신한 의제설정과 도전적인 서술력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간간이 보이는 논리의 비약이 단점으로 지적됐지만 독창성과 직관력이 돋보여 현재보다는 미래가 더 기대된다는 평가를 얻었다. 이론비평 ‘그의 외설적 진실’과 작품비평 ‘울부짖음: <안티크라이스트>의 뒤엉킨 육체들’을 쓴 김효선씨는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유려한 문장력이 단연 발군이었다. 니체와 타르코프스키를 끌어들여 <안티크라이스트>를 설명하는 작품비평에선 기존의 이론적 틀에 얽매이지 않는 창의성이 드러났다. 미카엘 하네케의 영화 세계를 ‘외설과 진실’의 논리로 분석해낸 이론비평 또한 읽는 맛이 도드라질 뿐 아니라 풍성한 사유가 인상적이었다. 다만 감독 자신의 논리에서 상당한 근거를 찾는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됐다. 이들 두편 중 한편에 최우수상을 안겨야 했던 최종 심사는 미래의 가능성과 현재의 안정감 사이의 고민이었다. 긴 망설임 끝에 결국 우리는 올해 미지의 가능성에 베팅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우리의 선택이 ‘정답’일 수는 없다. 어쩌면 그건 우리의 취향 또는 결단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선택하지 않았다고 해서 덜 좋은 평론이 아니라는 말이다. 상당수의 평론이 일정 수준에 올라 있는 올해 같은 경우에는 더욱 그런 한계를 느끼게 된다. 이번 영화평론상 공모에 지원해주신 모든 분께 다시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내년에도 왕성한 도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