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와 야수> 새 버전 IMAX 영화관 개봉, 원작 변형 논란
애니메이션으로는 유일하게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디즈니의 명작 <미녀와 야수>가 1월2일 새로운 편집으로 IMAX 영화관에 선보였다.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와 <ET> 등의 새 편집판이 지난해 개봉에서 거둔 성공을 뒤이으려는 이 새 버전은 애초에 영화가 디지털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 없이 큰 화면에서 되살아날 수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손길을 거치며 변형된 원작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재생 작업을 거치면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원작에 없었던 6분짜리 노래 <Human Again%gt;이 더해졌다는 점이다. 야수의 성에 사는 마법에 걸린 주전자와 촛대 등 집안 집기들이 누추해진 성을 깨끗이 청소하면서 자신들이 주문에 걸리기 이전 사람이었을 때를 회상하면서 부르는 노래다. 이 노래는 1991년 작고한 이 영화의 작곡자 하워드 애시먼(<인어공주> <알라딘> 음악 담당)이 애초 11분짜리로 만든 것이다.
이 노래는 당시 제작자인 돈 한에게 퇴짜를 맞아 작곡자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주요인물이 등장하지 않는 부분의 삽입곡으로는 너무 길고, 노래 중에 수개월의 시간이 경과한다는 암시를 담고 있어 미녀를 찾아 헤매는 아버지가 몇달을 찾아 헤맨다는 설정을 맘에 들어하지 않는 스튜디오로부터 거부당했기 때문이다.
이후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이 영화가 올려지면서 디즈니의 또다른 대표적 작곡가 앨런 메켄은 이 노래를 짧게 줄여서 공연했고, 이번 새 버전에서는 그의 아이디어를 채택하게 됐다. 노래가 흐르며 집안 사물들이 청소를 하는 탓에 이후에 등장하는 성 내부 80여신은 모두 먼지가 닦여진 반질반질한 모습으로 바뀌는 작업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엑소시스트> <클로즈 인카운터> <스타워즈>의 리메이크 버전이 겪었듯, 오리지널의 변형을 우려하는 순수파들의 반발이 만만찮다. <LA타임스>의 애니메이션 전문 평론가 찰스 솔로몬은 “집안 집기들이 사람이었을 때를 그리워하며 부르는 노래들이 미녀와 야수가 사랑에 빠짐을 확인했을 때 좀더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것을 방해한다”며 불필요한 장치가 덧붙여졌다고 불평했다. 그는 또 오프닝 장면에서 카메라가 서서히 숲을 지나 야수의 성을 훑고 지나가는 장면 같은 데서는 아찔할 정도로 심도있는 카메라워크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을 비롯해 미녀가 괴로워하는 장면의 클로즈업 등 이 영화가 아이맥스로 재탄생하면서 얻은 것도 많지만 빠른 카메라워크와 빠른 컷으로 연결된 장면에서는 흐릿하게 넘어가는 장면이 많아 아이맥스로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에 의하면 극장과 비디오에서는 더할 나위없이 흥미로웠던 야수가 늑대로부터 미녀를 구해내는 장면이 이런 이유로 아이맥스에서는 지루해 보이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비평가의 결론은 큰 포맷의 화면에 걸맞은 애니메이션을 선보이려면 거기에 따른 새로운 영화와 제작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극장과 비디오에서 본 것보다 새로운 즐거움을 줄 수 없다면 리에디션의 의미를 찾기 힘들다는 말은 이미 지난해 <환타지아 2000>으로 이 부문에 도전했지만 큰 실패를 겪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90년대의 명작들을 창고에서 다시 꺼내려는 구상을 펼치고 있는 디즈니 스튜디오들이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
LA=이윤정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