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모든 식당이 TV에 뛰어들었다. 2010년 발표된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엔 하루 515개의 식당이 창업하고 474개가 폐업한다. 대한민국은 요식업의 전쟁터 그 자체다. 여기 또 다른 숫자가 있다. 2010년 3월 셋쨋주 지상파 TV에 나온 식당은 177개, 1년으로 환산하면 무려 9229개다. 그렇다면 이 1만여개의 식당들은 전쟁터에서 정정당당하게 승리를 거둔 존재들인가? 그 점을 확인하기 위해 <트루맛쇼> 제작진은 일산에 식당 ‘테이스트’를 차렸다. ‘테이스트’의 인테리어 컨셉은 단 하나, 몰래카메라 친화적 인테리어다. 이제 이 식당을 드나드는 홍보대행사와 전문 브로커들과의 거래는 낱낱이 몰래카메라에 기록되고, 1천만원의 뒷돈을 건넨 끝에 지상파 방송에 ‘테이스트’가 출연하는 날이 머지않았다.
<VJ특공대>의 PD 는 가짜 손님들에게 디테일하게 지시를 내린다. 이 프레임에선 손동작을 이렇게, 표정은 저렇게. 손님마다 대사도 정해져 있다. 물론 대사래봤자 매회 천편일률적으로 등장하는 감탄사들이다. “우와,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르겠어요!” “힘이 막 솟아나는 것 같아요!” 혹은 전세계 최초로 ‘캐비어 삼겹살’ 요리를 개발했다는 식당은 (진짜 캐비어가 아니라) 상표만 캐비어인 어떤 생선의 알을 내놓는다. 어쨌든 상표명이 캐비어이기 때문에 겉으로는 떳떳할 수 있으나… 제작진이 자문을 구한 프랑스인 셰프는 이 난제 앞에서 머리를 긁적거리며 난처해한다. “글쎄, 이것도 캐비어라고 부를 수야 있겠지만… 캐비어는 아닌데….” 관객석에선 여지없이 폭소가 터진다. 이 대담한 기획 앞에서 “방송이 그렇다는 건 나도 대충은 알고 있었어”라고 잘난 척해봐야 소용없다. 무수한 유머와 냉소, 무서우리만치 직접적이고 정확한 공격으로 일관하는 <트루맛쇼>는 관객에게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방송이 시청자를 이런 식으로 기만해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만일 동의하지 않는다면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방송에 무엇을 요구해야 마땅한가? 방송에 한번 나가기를 열망하는 요식업계의 눈물겨운 전쟁처럼, <트루맛쇼>를 관람하는 행위 자체가 이미 물러설 수 없는 싸움에 한발 내딛는 행위가 된다. 그 싸움의 정체는 윤리와 신뢰의 싸움이다.
감독의 기획 노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TV 음식프로그램의 장르는 리얼리티를 조롱하는 블랙코미디다. 여기서 교양과 정보를 기대하지 마라. TV에 나오는 손님도 가짜, 스타의 단골집도 가짜, 메뉴도 가짜, 맛도 가짜로 채워지는 코미디 같은 가상현실이 반복되지만, <9시 뉴스>는 방송의 공영성과 수신료의 가치를 역설한다.” <트루맛쇼>에서 못다한 이야기들, 다른 사람들이 이 주제로 한편 더 만들 수 있지 않냐고 부추길 정도로 방대한 리서치를 해온 김재환 감독의 ‘못다 한 이야기들’이 궁금하면 블로그 http://blog.naver.com/truetaste를 방문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