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17일, 런던 메이페어에 자리한 도체스터 호텔에서 영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의 주연배우 제임스 맥어보이를 만났다. 영화의 완성본이 아니라 2, 3분으로 제작된 예고편만이 당시 모인 기자들에게 허용된 영상이었다. 짧은 예고편 상영과 인터뷰 사이의 막간을 이용해 기자들은 짧은 예고편만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제임스 맥어보이의 찰스 자비에와 패트릭 스튜어트의 찰스 자비에의 차이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였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제임스 맥어보이는 패트릭 스튜어트와의 비교가 부담스럽다고 엄살을 부리면서도, 자신이 맡은 자비에 교수는 완벽히 다른 인물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패트릭 스튜어트와의 비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나는 프리퀄은 캐릭터들이 유명해지기 전의 과거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비에 교수 캐릭터를 아주 면밀히 살폈다. 그리고 그가 가지고 있는 것과 정확히 반대인 자비에를 그리기로 했다. 우리는 자비에 교수가 자아(ego)와 욕심이 없는 그저 좋은 인물이 되기 전, 사실은 술을 진탕 마시고 여성들의 꽁무니를 쫓으며 자신의 능력을 남용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젊은이였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자아를 가지고 어떤 면에서는 이기적이기도 한 젊은 찰스 자비에가 성인군자 자비에의 과거였다니, 정말 재미있지 않나.
-어렸을 적 <엑스맨> 만화를 좋아했나. =솔직히 말해서, 아니다. <엑스맨>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집, 우리 동네에는 만화책 자체가 많지 않았다. 당시 내 주변에 만화를 보는 이는 없었던 것 같다. 아, 내가 너무 작은 마을에서 자란 것일까. (웃음) 하지만 10살쯤에 <BBC>의 <고잉 라이브>(Going Live)를 통해 처음 만화를 접했고, 점점 만화광이 되어갔다. 당시 내가 가장 좋아한 캐릭터는 갬빗이었다.
-매튜 본 감독이 그린 <엑스맨> 속 능력자들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이번 영화에서 초능력을 지닌 인물들은 자신의 능력을 숨기려 한다. 심지어 그 능력 때문에 삶이 더욱 고단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곧 자신 외에도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함을 알게 되고, 기뻐한다. 그러다 영화는 곧 무거워지고 어두워지는 순간을 맞이한다. 초능력자들이 자신들이 가진 능력이 인류와 지구를 발전시키는 데만 이용되지 않음을 깨달으면서부터다. 그리고 공포가 시작된다.
-이번 작품에는 당신보다 젊은 배우들이 유난히 많았던 것 같다. =이 영화에 출연한 그들 모두 너무 훌륭했다. 이번 작품은 다양한 배우들이 조화를 이뤄내야 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조금 힘들겠다 싶었다. 하지만 곧 이들과 다른 작품에서도 함께하고 싶어졌다. 제니퍼 로렌스(<윈터스 본>)는 정말 특별했다. 루카스 틸, 케일럽 랜드리 존스는 이번 작품에서는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지만 분명 훌륭한 배우가 될 것이다. 니콜라스 홀트 역시 미래가 기대되는 배우 중 하나다. 그는 너무 매력적이다. 장차 세계 영화계를 이끌어갈 이들과 함께했다는 것 자체로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나중에 자랑할 거다. (웃음)
-영국 배우, 영국영화들이 할리우드에 많이 진출하고 있다. =영어권이 아닌 나라 출신의 배우와 영화들에 비하면 ‘영어’를 공통으로 사용하는 영국영화나 배우의 미국 진출이 훨씬 용이한 것은 사실이다. 할리우드는 분명 영화 제작자나 배우들에게는 꿈의 장소다. 하지만 영국 영화산업만 놓고 보았을 때 영국영화와 미국영화의 경계가 점점 사라지는 일이 반드시 좋은 일인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좋지 않은 점이라면. =프랑스가 좋은 예다. 영어가 아닌 프랑스어로 된 영화에는 프랑스 배우가 출연해 프랑스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에피소드와 프랑스의 전통을 이야기한다. 우리 모두, 프랑스에서 아직까지 훌륭한 프랑스영화가 나오고 있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그에 비해 영국은 미국시장을 감안해 온전한 ‘영국영화’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점이 영국 출신 배우로서 많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