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2008년 9월, 미국의 거대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신청과 최대 보험사 AIG의 몰락은 월 스트리스트를 뒤흔들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시작됐고, 3천만명이 해고됐으며 5천만명이 극빈자로 몰락했다. 집을 사기 위해 무리하게 대출받았던 평범한 서민들은 길거리에 나앉았다. <인사이드 잡>은 2008년 경제 위기의 원인이 놀랍게도(혹은 당연하게도) 이미 1980년대부터 조짐을 보이고 있었음을 밝혀낸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40년 동안 미국은 단 한번의 경제 위기도 겪지 않았다. 그리고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 시절 은행과 투자자들과 정치계가 적극적인 유착을 시작하면서부터 ‘경제 규제’라는 단어 자체를 아예 꺼낼 수 없는 상황이 도래했다. 2000년대 초반, 각종 신용평가기관과 투자은행들은 이미 리먼 브러더스와 AIG의 위험 상황을 감지했지만 그 사실을 공표하지 않았다. 대신 자회사의 안전을 위해 거액의 보험을 들어둘 뿐이었다. 소로스 펀드 회장 조지 소로스는 냉소했다. “시티은행의 척 프린스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는 음악이 멈출 때까지 춤을 춰야 한다. 사실 그가 그 말을 했을 때 음악은 이미 멈춘 상태였다.” 이 광란의 춤을 멈출 수 있었을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거대 기업들의 컨설턴트이자 외부 자문가로서 엄청난 돈을 챙기고 있었다. 그들이 위기의 조짐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었던 건 너무 당연하다. 오바마 대통령까지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제작진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은 이들은 다음과 같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네번 역임한 ‘경제 대통령’ 앨런 그린스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래리 서머스,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 신용평가기관 무디스, 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벤 버냉키, 하버드대학과 컬럼비아대학 총장 등. <인사이드 잡>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발언하지 않은 이들은, 왜 그랬을까?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매일 뉴스에서 개별적인 인터뷰와 위험한 순간들을 목격한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쉽게 망각하고, 경제의 결들을 통합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다큐멘터리의 역할은 이 순간 소중해진다. <인사이드 잡>은 지극히 냉정한 말투로, 지난 30년간 미국 경제가 어떻게 경제 마피아 짓거리로 엉망진창이 되었는지 보여준다. 마이클 무어처럼 흥분하지 않아도, 단지 인터뷰와 통계와 팩트의 단정한 열거만으로 우리는 누가 진짜 책임을 져야 하는지 알게 된다. 극단적인 시장경제주의자들과, 한국 경제관료들의 끔찍한 패착에 분노하는 이들과,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왜 점점 가난해지는지 한번이라도 의문을 품어본 적 있는 이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분노하라. <인사이드 잡>은 우리에게 요구한다. 그리고 질문하라. 잘못을 되풀이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