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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자화상 같은 영화, 김기덕의 <아리랑>
이화정 2011-05-14

“잠을 자고 있는데 칸영화제가 나를 깨웠다.” 김기덕 감독이 말문을 열었다. 13일 김기덕 감독의 신작 <아리랑>이 64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부문인 ‘주목할 만한 시선’에서 상영됐다. 영화 시작 전, 칸영화제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의 소개로 드비쉬 극장 단상에 오른 김기덕 감독은 “이 영화는 나의 자화상 같은 영화다. 13년 동안 15편의 영화를 찍었고, 그걸 되돌아보고 싶어 이 영화를 만들었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영화는 무엇인가에 대해 나 자신에 대해 질문해 보는 영화다.”라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아리랑>은 2008년 이나영, 오다기리 조 주연의 <비몽> 연출 이후, 두문불출하던 감독의 3년만의 신작으로 감독이 직접 제작, 시나리오, 연출, 편집, 촬영, 사운드는 물론 배우로 출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최근 감독 자신이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데다, 영화 공개 이전 철저히 비밀에 붙여졌던 작품인 만큼 첫 상영에 대한 기대는 매우 높았다.

<아리랑>은 김기덕 감독의 지난 영화인생을 돌아보는 일종의 세미다큐멘터리 형식의 작품이다. 수돗물도 화장실도 변변한 샤워시설도 없는 곳에서 김기덕은 산장 안에 텐트를 치고 그 안에서 최소한의 의식주를 해결하며 생활을 영위한다. 영화 속에는 질문하는 김기덕, 대답하는 김기덕, 지켜보는 김기덕 1인 3역의 김기덕이 등장한다. 질문자인 김기덕이 “영화는 안 찍고 매일 술만 먹냐”는 다그침에 대답하는 김기덕은 그간의 고민들을 털어놓는다. “일련의 사건 이후로 시나리오가 안 써지더라. 그래서 지금은 슬픈 시기다.”라며 “<비몽>을 찍기 이전까지는 육상선수가 계속 트랙을 달리는 것처럼 영화를 만들었다. 야생적이고 순수하고 계산이 없는 영화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강박이 찾아왔다.”며 공장근로자, 폐차장 인부 등으로 일하다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주목받는 감독이 되기까지 자신의 소회를 드러냈다.

특히 그는 지난 몇 개월간 자신을 혼돈에 빠뜨린 사건으로, ‘<비몽> 촬영 중 자살하는 장면을 찍던 여배우(이나영)가 죽을 뻔한’ 사건에서 온 충격을 비롯 ‘자신의 영화 조연출로 일하던 장훈 감독이 <영화는 영화다>를 찍던 당시 자본주의의 논리에 의해 신의를 저버리고 자신을 떠난’ 일 등을 실명을 거론하며 언급하여 충격을 안겨줬다.

이 밖에도 그의 비판의 화살은 ‘돋보이려는 욕심에 악역만 선호하는 배우’ ‘한국을 오히려 나쁜 이미지로 그린 자신의 영화가 해외영화제에서 수상했다는 이유로 훈장을 주는 정부’ ‘지나치게 스타일에 집중하는 영화’등으로 서슴없이 번져나갔다.

민요 ‘아리랑’이 마치 ‘오르고 내린다’는 의미로 들린다는 그는 영화 속에서 절규에 찬 목소리로 아리랑을 직접 선사하였으며, 거친 욕설까지 입에 담으며 그간 자신이 겪은 복잡한 심경을 대신했다. “스스로 자신을 고민하는 건 처음이라 설레고 무척 떨리고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그는 영화의 말미, 자신이 지금까지 가졌던 원망과 분노를 직접 제작한 권총을 동원해 해소하는 대범함을 보이기도 한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이 “자신에게 가장 행복한 일인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싶다며 결론을 내린다.

다큐멘터리, 드라마, 판타지를 오가는 장르의 실험. 스텝 없이 혼자 캐논 디지털 카메라 촬영을 시도한 점 등 <아리랑>은 영화의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갈리는 편이다. 시사 후 프랑스의 웹진 ‘에크랑 누아르’는 트위터를 통해 “김기덕의 신작은 굉장히 매혹적이다”라며 소감을 밝힌 것과 달리, 지나친 넋두리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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