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러팔로는 의리의 사나이다. 10년 전 친구와 한 약속을 지켰기 때문이다. 러팔로의 감독 데뷔작 <심퍼시 포 딜리셔스>는 바로 이 약속의 증거물이다.
최근 뉴욕과 LA에서 한정 개봉한 <심퍼시 포 딜리셔스>(Sympathy for Delicious)는 러팔로의 친구 크리스토퍼 손튼이 각본과 주연을 맡았다. 이 작품은 유망한 DJ ‘딜리셔스 D’가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뒤 모든 것을 잃지만 환자나 장애인을 건드리기만 해도 완쾌시키는 능력을 갖게 된다는 내용이다. 슬픈 운명이라면 스스로를 치료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연출과 함께 러팔로가 맡은 역할은 의욕만 너무 앞서는 신부님 조 로셀리다. 조 로셀리는 딜리셔스 D의 능력을 좋은 방향으로 쓰도록 인도하려 하지만 두 캐릭터 모두 욕심이 앞선 나머지 결국 자기 자신을 잃게 된다.
러팔로와 손튼은 90년대 초 연기를 함께 시작했다. 때로는 경쟁 상대이기도 했지만 늘 좋은 친구였다. 그러던 중 손튼은 암벽등반을 하다 사고를 당해 하반신을 쓸 수 없게 됐다. 손튼에 따르면 러팔로는 그가 회복하는 데 가장 큰 힘을 주었고, 연기를 포기하려는 자신을 다시 연극 무대로 이끌어주는 역할을 했단다. 하지만 휠체어를 타고 연기할 수 있는 배역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손튼은 자신이 출연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구상했고, 이 소식을 접한 러팔로가 반드시 그 작품을 연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뒤 10년 만에 <심퍼시 포 딜리셔스>는 관객을 찾아왔다.
<심퍼시 포 딜리셔스>는 절대 걸작이 아니다. 2010년 선댄스영화제에서도 엇갈린 평을 받았다. 하지만 관객에게 큰 환호를 받고 심사위원상까지 거머쥘 수 있었던 이유는 여기에 러팔로와 손튼의 진심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진심 덕분인지 <심퍼시 포 딜리셔스>에는 많은 유명 배우들이 출연한다. 러팔로와 <유 캔 카운트 온 미>에 출연했던 로라 리니는 물론 올랜도 블룸, 줄리엣 루이스가 딜리셔스 D의 능력을 마케팅에 이용해 부와 명성을 얻으려는 록그룹 매니저와 록 그룹 멤버로 출연한다. 러팔로가 출연한 <조디악>의 감독 데이비드 핀처는 편집실을 빌려주기도 했다.
러팔로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연기보다는 연출을 하고 싶다고 한다. “한동안 할리우드에 질려서 연기 자체를 포기하려고 했다”는 그는 <에브리바디 올라잇>에 출연하면서 자신이 왜 영화를 사랑했는지를 다시 느끼게 됐다고 고백한다. <에브리바디 올라잇>으로 오스카 남우조연상 후보에까지 올랐던 그의 다음 프로젝트는 조스 위든 감독의 블록버스터 <어벤저스>다. 무려 헐크 역할이다.
연출, 무서웠지만 지금은 더 재밌다
마크 러팔로와 관객과의 질의 응답
-영화 제작까지 진짜 오래 걸렸다고 하던데. =10년 정도 걸렸다. 주인공을 맡은 크리스토퍼 손튼이 시나리오를 썼다. 여러 차례 이야기를 고쳤는데, 그런 와중에 우리의 삶이 많이 스며들어간 것 같다(손튼의 암벽등반 사고와 러팔로의 뇌종양 및 아직 미결 상태인 살해당한 러팔로의 남동생 사건 등-편집자). 수차례 제작 직전까지 갔다가 엎어졌고, 서로 포기하자고 하기도 했다. (웃음)-연출을 해보니 어떻던가. =무서웠다. (웃음) 그래도 용기를 내서 일단 시작하니 연기보다 더 재미있더라. 그동안 출연하면서 배운 것이 있더라고. 좋은 감독들과 함께 일하면서 보고 들었던 것이 그렇게 유용하게 쓰일 줄 몰랐다. 기회가 된다면 계속 연출을 하고 싶다.
-배우 겸 감독이 많은 이유가 뭘까. =일단 배우로서 서로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난 동료 배우들과 토론하면서 장면을 만들어가는 것이 좋았다. 배우에서 감독으로 자연스럽게 변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