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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큰스님이 아니라 그냥 '법정 스님'이다" <법정 스님의 의자>
김성훈 2011-05-11

확실히 종교를 주제로 삼은 다큐멘터리가 트렌드다. 2009년 <소명>에 이어 지난해 <위대한 침묵> <회복> <용서> <> <울지마 톤즈> 등이 극장 개봉했고, 올해에도 <바보야>가 관객과 만났다. “평생 무소유를 실천하며 무소유로 살다가 무소유로 입적(入寂)한” 법정 스님의 일화를 통해 <법정 스님의 의자> 또한 진정 대중을 위하는 불교는 무엇인가, 그가 말한 무소유의 삶이란 어떤 건가를 되묻는 종교영화다.

<법정 스님의 의자>는 법정 스님이 생전 하신 말씀과 행동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열한다. “평생 그를 괴롭힌 건 책에 대한 갈증”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선 법정 스님의 책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불교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을 (보통 사람들이) 읽지 못하니 마치 빨래판과 같다”는 동료 스님의 말을 들은 법정 스님은 대장경을 한글로 번역하는 역경(譯經) 사업을 도맡아 했다. 또 그는 자신을 “큰스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에게 “나는 큰스님이 아니라 그냥 ‘법정 스님’이다”라고 대답함으로써 스스로 권위를 낮췄다. 이런 일화 하나하나가 사람들에게 던지는 깨달음이다. 무엇보다 영화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강조한다. “책상 위에 물건이 쌓일 때마다 버린다. 버리지 못하는 게 있다면 방 밖으로 나간다”는 법정 스님의 습관은 집착을 버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운 일인지를 말한다. 아쉬운 점도 있다. 이 작품은 법정 스님의 일화를 단순히 나열하는 데 그친다. 다큐멘터리에서 중요한 건 무엇을 말하는가가 아니라 소재를 어떤 방식으로 말하는가이다. 그 점에서 <법정 스님의 의자>는 법정 스님의 대표작 <무소유>의 다큐멘터리 버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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