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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의 나, 그리고 낯설어져버린 현재의 삶 <디어 미>
김성훈 2011-04-27

엘리자베스 테일러, 마더 테레사, 코코 샤넬, 마리아 칼라스 등등. 이들을 삶의 모델로 삼고 살아가는 마가렛(소피 마르소)은 잘나가는 40대 커리어우먼이다. 회사에서 일 잘하는 것으로 인정받고, 멋진 남자친구를 옆에 두고 있는 그에게 어느 날 한통의 편지가 배달된다. 나이 많은 한 변호사로부터 건네진 그것은 마가렛이 7살 때 쓴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다. 고래수의사, 성녀, 우주탐험가, 웨딩케이크 요리사, 공주님 등 편지에 쓰인 어린 시절의 꿈을 보면서 마가렛은 불편한 어떤 감정을 느낀다.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스스로 만족하고 있(다고 믿고 싶)는 지금의 삶이 낯설게 다가왔기 때문일까.

얀 사무엘 감독에게 ‘과거’는 단순한 추억거리가 아닌 듯하다. 마가렛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족에게 균열이 생기고, 빚쟁이들에게 집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등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시련을 겪었다. 어쩌면 그가 ‘앞과 위’만 보고 살아온 것도 불우했던 과거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으려는 의지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마가렛을 동정하거나 두둔하지 않는다. 오히려 야심이 강한 마가렛에게 소꿉친구 필리베와의 우정, 남동생과의 사랑 등 어린 시절에 나눈 순수함을 소중하게 생각할 것을 강조한다. 전작인 <러브 미 이프 유 대어>(2003)가 그랬던 것처럼 <디어 미>는 주인공이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반추하고, 반성하는 성장담이다. 물론 영화의 분위기는 진지하되 심각하진 않다. 특히, 애니메이션을 적절히 활용한 마가렛의 과거 장면은 <아멜리에>(2003)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귀여운 구석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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