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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거짓말 없인 못 살아
이다혜 2011-04-14

<왜 우리는 끊임없이 거짓말을 할까> 위르겐 슈미더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그렇다고 한다. 매끄러운 사회생활의 기본 요건 중 하나는 상대가 나로 인해 미소짓게 만드는 칭찬이다. 이 칭찬은 약간의 허풍과 때로는 심각한 거짓말을 포함한다. 새 헤어스타일 근사한데요. 목소리가 참 좋아요. 구두(가방, 귀걸이, 옷 등의 각종 장신구) 예뻐요. 말을 정말 잘하시네요. 다리가 어쩜 그렇게 길어요? 글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영화 좋게 봤어요. 연기에 물이 올랐어요. 내가 하는, 혹은 내 주변에서 만연한 거짓말은 저런 식이다. 약간 좋아하는 마음에 ‘성의’를 더하면 모두 기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거짓말이 거짓말 아닌 것이 될 수는 없다.

독일의 기자이자 칼럼니스트인 위르겐 슈미더는 40일 동안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사는 실험을 했다. <슈퍼사이즈 미>의 모건 스펄록 감독이 맥도널드만 먹고 살았던 실험보다 훨씬 위험한 실험이었다. 설령 거짓이라 할지라도 좋은 말을 듣고 싶어 하는 게 인간 심리다. 우리가 회사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매 순간 느끼는 모든 감정을 정직하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 그대로 표현한다고 생각해보라. 내가 남에게 솔직해지는 순간 남이 내게 솔직해질 것이다. 그 진실을 감당할 수 있을까? 아니, 솔직히 말해 나 자신에게 솔직하기조차 얼마나 힘든가.

슈미더의 ‘거짓말없는 40일’ 실험은 당연히 각종 사건사고를 유발한다. 그는 친구가 바람피운 사실을 친구의 옛 여자친구에게 솔직하게 고백한 뒤 친구에게 주먹으로 얻어맞았다. 임신 6개월인 아내에게는 “당신하고 결혼해서 정말 행복해. 하지만 가끔 더 행복할 수는 없나 궁금하거든” 하고 말하는데, 여기까지는 좋았지만 부부싸움 과정에서 뱉어낸 솔직한 발언 때문에 잠시나마 부부관계가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믿음직할 뿐 아니라 완벽에 가깝지만 너무 잘나서 짜증을 유발하는 형에게는 이렇게 말했다.“형이 진짜 왕재수가 되는 지름길로 가고 있다는 말을 해줄 용기가 없는 사람들하고만 어울리는거 아냐?” 그날 밤 두 사람이 끝장나게 술을 마셨음은 물론이다. 슈미더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가까운 사람들간의 진실한 대화는 약간의 긴장을 유발하지만 대개의 경우 해피엔딩이었다. 슈미더는 형과 속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고, 아내와는 솔직한 고백(다행히 그는 아내에게 울트라캡숑짱 섹시하고 아름답다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었다) 덕에 뜨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40일이 지난 뒤 그가 내린 결론은 거짓말이 결국 필요하더라는 것이다. “거짓이 사회의 윤활유가 될 수는 있겠지만 아무리 좋은 윤활유도 엔진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그리고 그 사회의 엔진은 바로 정직과 솔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