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그냥 인나’였다. <지붕 뚫고 하이킥!>의 주인공 정음이네 하숙집에 같이 사는 좀 이상한 여자친구. 곧 잊혀질 조연배우인가 싶었는데 예상은 빗나갔고 점점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유인나는 이내 “그냥 커피”가 되어 CF의 작은 보조 출연자로 출연했을 뿐이지만 다시 화제에 올랐다. 그 다음에는 예능 프로에 등장하여 시선을 끌어모으더니 ‘아! 무서운 유인나’로 통했다. “너를 왜 자꾸 무서운 유인나라고 하는 거니” 하시는 어머니의 걱정은 아랑곳없이 그녀의 이미지는 확실하게 대중에게 새겨졌고 탄탄대로를 달렸다. 허술한 것처럼 코믹한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때에 보면 똑 부러지게 똑똑한, 나 몰라라 주저앉을 것 같지만 그러기는커녕 끈질기고 책임감있는 그런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그러더니 얼마 전에는 연예뉴스의 MC를 맡았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천재 MC’ 소리까지 들었다. <마이 블랙 미니 드레스>의 민희라는 인물에 그런 양면의 이미지가 잘 녹아 있다. 요즘은 확실히 그냥 인나가 아니고 ‘특별한 유인나’다.
그럼, 유인나가 맡은 영화 속 민희는 어떤 인물일까. 부잣집 딸에 유학은 가고 싶지만 영어 실력은 조금 달리는 맹한 여자아이, 하지만 친구들 사이에서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마음을 나누어주는 민희. 그런 민희의 필살장면이 두 가지 있다. “술을 마시고 민희네 집에서 친구들이 다 뻗어서 자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에서 저는 예쁘기를 완전히 포기했어요. 물론 다른 분들도 그랬겠지만…. 그런데 그분들은 그래도 예뻐 보이더라고요. 모니터링을 하는데 아, 나 어떻게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더라고요. 이 장면 보시면서, 아 맞아, 술 먹고 다음날에는 저렇게 다 추해지지 하고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이 장면이 유인나가 선사하는 코믹 필살기라면 다음은 진지 버전의 필살기, 친구들을 향한 민희의 극중 대사, 그러니까 “20대에는 절대 시원한 일이 있을 수 없어!”라는 의미심장한 말. “맞아요. 그게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그 대사에 100% 공감해요. 게다가 이 중요한 대사를 제가 할 수 있다는 거, 정말 행복하죠.”
다방면으로 재주가 많은 특별한 유인나라는 건 입증했다. 그럼 배우 유인나로서 영화에서는 어디까지 도전해볼 수 있을까. 그래서 정말 잘할 것 같은 것과 죽었다 깨어나도 못할 것 같은 것에 대해 솔직히 들어보자고 제안했더니 돌아온 그녀의 대답. “<온에어>에서 송윤아씨가 했던 역할 좋아해요(요즘 코미디언 김제동이 부르고 다니는 유인나 찬가를 겨냥한 대답이냐고 물으니 “그건 아니고요. 하하하”라고 답했다). 드라마 <환상의 커플>에서 한예슬씨가 맡았던 나상실 같은 역할도 하고 싶고요. 그리고 고 이은주씨가 했던 모든 역할들이 저에게는 다 매력적이에요.” 그럼 죽었다 깨어나도 못할 것 같은 건 무엇이 있을까 기다리는데, 불쑥 말한다. “음, 그건 있어도 말 못하죠. 헤헤!!”
감독이 본 유인나는… “목소리가 하이톤이잖아요. 저쪽에서 인나 목소리가 들리면 벌써부터 현장 분위기가 좋아져요. <지붕 뚫고 하이킥!>이나 <시크릿 가든>에서 보인 캐릭터의 연장으로 보이면 어쩌나 서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때 인나는 제게 오히려 더 확신을 주면서 이건 이래서 다르고 저건 저래서 다르다고 전작의 드라마 속 캐릭터들과 구별을 해줘요. 인나가 낯을 좀 가리는 편인데도 감독과 배우로 그렇게 수다가 시작되면 스스럼이 없어져요. 그래서 한번은 너는 참 친구가 많겠구나 했어요. 그런데 의외로 친구가 많지는 않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유인나가 반한 박한별의 연기 “한별이가 맥주병을 깨면서 친구들에게 화내는 장면이 있어요. 그날 ‘난 오늘 너의 연기가 너무 좋았어’ 하고 문자를 보냈어요. 박한별이라는 청순하고 인형 같은 이미지의 아이가 그런 걸 뱉어냈을 때 진실되게 와닿았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