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거장 데이비드 크로넨버그는 3편의 연작 다큐멘터리 <LYNCHthree>를 기획 중이다. 제작비는 이 프로젝트에 투자할 개미 기부자들로부터 모집 중이다. 50달러를 기부하면 작품이 완성된 뒤 맨 먼저 볼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크로넨버그가 직접 디자인한 포스터나 티셔츠 등을 받을 수 있다.
사례2. 그래미상 수상자인 프로듀서 겸 다큐멘터리 감독 마크 존슨은 2005년 샌타모니카의 거리 악사 로저 리들리의 <스탠 바이 미>(Stand by Me)를 카메라에 담은 뒤 커다란 감동을 받고 전세계의 거리의 악사들을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공연 모습을 모아 2008년에 <플레잉 포 체인지: 음악을 통한 평화>(Playing for Change: Peace Through Music)라는 다큐멘터리를 완성했다. 유튜브에서는 수천만회에 달하는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고, 트라이베카영화제를 비롯한 여러 영화제에서 상영되어 호평을 받았다. 또한 마크 존슨은 CD와 DVD를 발매해 수익을 올렸고, 그 수익을 바탕으로 ‘플레잉 포 체인지 재단’을 만들어 전세계 소외지역의 음악학교 건립을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플레잉 포 체인지 재단’에는 그들의 취지에 동의하는 일반인이 기부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그리하여 <플레잉 포 체인지> 시리즈는 지금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사례3. 영국의 스패너필름은 2009년 환경을 주제로 한 독특한 형식의 다큐멘터리 <어리석은 자들의 세기>를 발표했다. 스패너필름은 2004년부터 제작비를 일반 시민으로부터 조달하면서 제작을 진행했다(제작비 48만5천파운드). 그리고 장장 4년여에 걸쳐 제작해 2009년에 완성할 수 있었다(드라마 부분은 피트 포스틀스웨이트가 출연하였다).
사례4. 로테르담영화제는 2010년 ‘시네마 리로디드’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영화제가 감독 3명의 프로젝트를 영화제 사이트에 올리고, 일반인이 코인을 사는 형식으로 제작비를 조달하는 기획이다. 올해 3개의 프로젝트 중 호유항(말레이시아)의 <아무도 불법은 아니다>(No One Is Illegal)만이 완성되어 2011년 로테르담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애초에 편당 3만유로 모집을 목표로 하였으나, 모금실적이 저조하여 1만5천유로로 조정하였다. 그나마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호유항은 5천유로를 모았고, 나머지 제작비는 백업스폰서를 통해 조달했다.
사례5. 2011년 선댄스영화제는 창조적 프로젝트를 위한 펀딩플랫폼 회사인 킥스타터(2009년 설립)와 손잡고 선댄스가 추천하는 프로젝트에 관한 일반인의 투자를 유치하기로 했다.
사례6. 1995년 제작된 박광수 감독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은 기획시대와 전태일기념사업회가 공동으로 제작했지만, 제작비 일부는 일반인의 모금으로 충당했다.
위 사례의 공통점은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이다. 즉, 일반 시민이 영화 제작에 소규모 투자를 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제외한 나머지 사례들은 모두 인터넷을 통해 펀딩이 진행되었거나 진행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회사 외에도 ‘인디고고’, ‘디스이즈트루스토리’(한국) 등이 다양한 장르의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비록 독립영화나 다큐멘터리, 단편 등 아직은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SNS 시대의 도래는 과거에는 없었던, 일반인이 영화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길을 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영화 제작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이 얼마나 활성화될지는 좀더 두고 봐야겠지만, 만약 그리된다면 제작만이 아니라 배급 영역에까지 확장이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그에 관한 논의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