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뒤풀이는 마사지숍에서, 졸업반지는 백화점에서.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는 화려한 삶을 지향하는 연극영화과 졸업생 네명의 이야기다. 유민(윤은혜), 혜지(박한별), 수진(차예련), 민희(유인나)는 입학식날 똑같이 ‘블랙 미니드레스’를 입고 와 친해진다. 클럽 출석과 쇼핑으로 점철된 대학생활을 끝낸 뒤 시작한 사회생활은 당연히 만만치가 않다. 모두 고민만 늘어갈 즈음, 유명 CF감독에게 캐스팅된 혜지가 단숨에 유명세를 얻자 네 친구의 우정도 흔들린다.
‘꿈은 명품관, 현실은 아울렛’이란 홍보 문구와 달리 <마이 블랙 미니드레스>의 등장인물은 이미 명품관에 한발을 걸친 여성들이다. 선배가 단정한 옷이나 사라며 건네준 카드로 100만원짜리 드레스를 결제하는 막내 방송작가(유민)나 풍족한 집안에서 태어나 토플 점수에 목매는 디자이너 지망생(민희), 집이 빚더미에 올라앉았는데도 명품을 대여해 입고 다니는 과외 선생(수진)을 20대 중반의 평범한 여성으로 생각하기는 힘들다. 문제는 이처럼 캐릭터에 대한 공감이 충분히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네 여성의 고민을 보편적인 것으로 단정짓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영화의 화법에 있다. 화려한 드레스가 어울리는 여성들에게 억지로 블랙 미니드레스를 입혀놓은 듯한 느낌이랄까. 여성들의 고민을 보듬는 방식도 종종 불편하다. 진급을 위해 진지하게 성형수술 고민을 털어놓는 친구를 뒤에서 비웃거나, 친구의 장례식장에서 웃고 떠들며 건배를 제의하는 장면을 마음 편하게 바라보긴 힘들다. 오히려 이런 모습들을 작정하고 냉소적으로 조명했다면 어땠을까. 이 영화를 보는 경험은, 명품관과 아울렛을 함께 아우르려다 이도 저도 아닌 게 되어버린 편집매장에서 물건을 고를 때의 당황스러움과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