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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톡] “뺨 맞는 장면? 아우, 갑자기 눈물나려 한다”
정리 김성훈 사진 백종헌 2011-03-22

<씨네21>과 CJ CGV 무비꼴라쥬가 함께하는 세 번째 시네마톡: <파수꾼>

“한마디로 인상적인 데뷔작이다.” <파수꾼>을 본 김영진 영화평론가의 소감이다. 그는 “복잡하면서도 리얼하고, 또 섬세한 연출이 돋보인다”고 덧붙였다. 3월11일 CGV대학로에서 열린 세 번째 시네마톡은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이다. <파수꾼>은 세명의 남자 고등학생들의 우정과 파국을 그린 작품이다. 이야기는 고등학생인 아들 기태(이제훈)의 죽음을 알아내려는 아버지(조성하)에게서 시작된다. 아버지는 죽은 아들이 어떤 아이였는지 알기 위해 동윤(서준영), 희준(박정민) 등 아들의 친구들을 하나둘 찾아간다. 아들 친구들의 기억과 증언을 토대로 영화는 수시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플래시백 구조를 취하고, 관객을 남자 고등학교 교실 한복판으로 생생하게 이끈다. 영화상영이 끝난 뒤, 김영진 영화평론가와 강병진 <씨네21> 기자가 진행하고 윤성현 감독과 이제훈, 서준영, 박정민, 배제기 등 <파수꾼>의 네 배우가 참여한 시네마톡 행사가 열렸다.

첫 질문은 영화의 외형인 플래시백 구조에 관한 것이었다. “아버지는 아들의 죽음과 관련된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아들 친구들을 만나면서 아들과 그의 친구들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알아간다. 제한된 정보를 조금씩 열어가는 구조는 시나리오 단계 때 결정된 건가, 아니면 촬영 혹은 편집 때 바뀐 건가”라는 김영진 영화평론가의 질문에 윤성현 감독의 대답은 이러했다. “시나리오 작업 때부터 영화 속 구조 그대로였다. 물론 편집 때 구조적인 것을 염두에 두고 영화 속 시간 순서대로 편집해봤는데 지루하더라. 시나리오 틀을 넘지 않은 선에서 힌트를 찾다보니 (이야기의 구조가) 지금처럼 나온 것 같다.”

캐릭터에 얼마나 몰입했냐면

정보가 제한적으로 드러나는 이야기 구조를 띠었다는 점에서 배우들 역시 시나리오를 끝까지 읽기 전까지 자신의 캐릭터가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시나리오가 인물의 감정을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어 처음 읽었을 때 혼란스러웠다. 시나리오를 잘게 잘라서 시간순으로 배치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이제훈)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동윤이라는 캐릭터는 주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친구라 생각할 것이다. 작은 것 하나라도 공감할 수 있고, 쉽게 보아왔던, 그리고 겪어왔던 면모들을 섞어놓으려고 했다. 감독님께서 인위적으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걸 싫어하셔서 편하게 현장에 갔다. 현장에서 놀다가 감독님께서 ‘자, 가자’ 하면 ‘네’ 하면서 찍었다.” (서준영) “시나리오를 잘못 읽은 건가 싶더라. 특기가 사랑이라서 멜로신이 가장 자신있는데 이번에는 없더라. (웃음) 재호는 기태와 싸움을 하고 지는 전형적인 악역 캐릭터라 볼 수 있지만 자칫 악역으로 접근하면 전형적인 악역 연기밖에 안 나올 것 같았다. 매일 일기를 썼던 게 도움이 됐다.”(배제기)

윤성현 감독은 네 배우를 각기 다른 캐릭터에 맞게 활용했다. “남학생 캐릭터들과 각각의 인물 관계를 정말 잘 잡아냈는데 실제로 학교 다닐 때 누구와 가장 닮았나”라는 김영진 영화평론가의 질문에 윤성현 감독은 “중학생 때까지는 기태에 가까웠던 것 같다. 나이 들고 이런저런 고민들이 없어지면서…. 영화를 보신 어머니는 ‘베키’(극중 희준의 별명) 같다고 하셨다. (웃음) 기태가 나쁘다, 이상하다는 반응이 있는데 내가 보기엔 지극히 평범한 것 같다.”고 답했다.

감독은 연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만큼 현장에서 배우들은 감정에 몰입해야 했다. 강병진 기자는 “이야기의 후반부, 희준이 기태에게 ‘그만하자’고 말하자 욱한 기태가 희준의 뺨을 때리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때리는 것도, 맞는 것도 굉장히 리얼했다”고 말했다. 윤성현 감독은 “머리를 잡는 동작과 그 다음에 이어지는 행동들이 시나리오와 다소 다르게 표현됐다”면서 “원래 컷이 많이 나뉜 장면인데 그 장면을 찍고 나서 다음 컷을 찍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몰입해서 찍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 역시 당시 기억들을 하나씩 꺼냈다. “안 본다고 (기태가) 때리고, 본다고 때리는데…. 아우 친구인데. 지금 갑자기 눈물나려고 한다. (웃음)”(박정민) “원래 앵글이 희준 얼굴의 왼쪽 뒤편이었는데 감독님께서 공간을 더 보여주길 원하셨다. 감정에 따라 연기하는데 감독님께서 ‘컷’을 안 하시더라.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웃음)”(이제훈) “그 장면에서 주변 친구들이 말리잖아. 그때 기태가 나를 내팽개치더라. 예정에 없는 동작인데.”(배제기) 그때 “서준영씨는 캐릭터상 액션신이 별로 없지 않았냐”는 강병진 기자의 질문에 서준영은 “오히려 재호에게 맞는 장면이 있었다. 그런데 보호대를 아래로 내리면 (배제기가) 위를 때리고, 보호대를 위로 올리면 아래로 때리더라”고 말했다. 이에 배제기는 “액션 연기를 하는 게 서툴렀다”며 “다음에 하면 그렇게 안 할 자신이 있다”고 웃어 보였다.

왼쪽부터 윤성현 감독, 이제훈, 서준영, 박정민, 배제기.

차라리 술마시며 허심탄회하게 소통했더라면

윤성현 감독과 주연배우들의 대화가 끝나자 관객의 질문이 이어졌다. 한 여성 관객은 “배우들에게 드리는 질문이다. 처음에 기태, 희준, 동윤, 세 주인공 중 가장 나쁜 사람은 누구라고 생각했는지, 나중에 촬영하면서 그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편하게 얘기하면 되는 걸, 친구(희준)를 그렇게 대했던 게 이런 결과가 나온 게 아닐까. 영화를 보고 나니 기태에 대한 감정이 참 아프다”(이제훈), “내가 가장 나쁜 것 같다. 중간에 있는 친구로서 잘 정리했어야 하는데”(서준영), “(기태를) 조금 더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면…”(박정민) 등 세 배우 모두 “자신의 캐릭터가 나쁘다”고 대답했다. 이에 배제기는 “한 관객이 블로그에 글을 남겨주셨는데, ‘<파수꾼>의 아이들은 담배는 그렇게 피우면서 왜 술 한잔을 안 마셨냐’고 하더라. 차라리 술 한잔 마시면서 허심탄회하게 소통했더라면 그런 파국까지 안 벌어졌을 것(웃음)”이라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나쁜 건 자살을 한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깔끔하게 정리했다. “제목을 왜 <파수꾼>이라 지었는가”를 묻는 관객의 질문에 윤성현 감독은 “딱히 어떤 의미가 있다기보다 개인적으로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을 좋아하고, 그 어휘의 뜻이 마음에 든다. 이 작품이 성장을 다루고 있고. 처음에는 가제로만 쓰다가 의미도 적당하겠다, 싶어 계속 썼다. 다음에는 더 좋은 제목을 짓겠다 (웃음)”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아버지 캐릭터에 대한 감독의 생각’, ‘배우들이 꼽는 가장 좋아하는 장면’, ‘배우들마다 연기지도가 어떻게 달랐나’ 등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씨네21>과 CJ CGV 무비꼴라쥬가 함께하는 네 번째 시네마톡은 4월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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