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장 6500km다. <웨이 백>은 1940년 역사상 최악의 시베리아 강제노동수용소라 불리는 ‘캠프 105’를 걸어서 탈출한 7명의 수감자들의 실화를 그린다. 오로지 자유를 얻기 위해 이들은 시베리아의 수용소에서 바이칼 호수와 몽골의 고비사막을 거쳐, 인도에 이르는 긴 여정을 감행한다. 영하 40도를 넘나드는 추위, 목이 타들어가는 사막의 폭염, 배고픔 등 그들의 여정은 순탄치 않다. 당연히 생명의 위협이 따르겠지만 영화 속 도망자 중 한명인 야누스(짐 스터지스)는 단호하게 말한다. “그래도 그들은 자유인으로 죽을 것이다!’라고. 바로 <웨이 백>의 믿기지 않는 여정이 출발하는 지점이다.
영화는 1956년 발행된 슬라보미르 라비치의 베스트셀러 회고록을 바탕으로 한다. 고문을 참지 못한 아내의 밀고로 정치범으로 수감된 야누스는 고된 노동과 배고픔, 추위로 죽어나가는 수용소의 현실에 경악한다. 자유를 위해 그는 미국인 스미스(에드 해리스), 러시아 폭력배 발카(콜린 파렐)로 구성된 6명의 수감자와 뜻을 모아 철조망을 뚫고 도주한다. 이 과정에서 전쟁으로 인해 고아가 된 폴란드 소녀 이레나(시얼샤 로넌)가 합류하고, 이들은 고된 행군 속 인간애를 느끼게 된다.
피터 위어 감독에겐 <마스터 앤드 커맨더: 위대한 정복자> 이후 무려 7년 만의 신작이다. 영화 속 인물들의 사투만큼이나 <웨이 백>의 연출은 감독에게도 쉽지 않은 과제였다. 그가 제시한 해결책은 이런 것이다. 보통 탈출과정에서 겪을 법한 불화나 충돌, 몇몇 인물들에 집중한 이야기 전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로케이션을 배우 보듯이 했다”는 감독의 표현처럼 영화에서는 시베리아와 고비사막을 재현한 광경이 숨막힐 듯 펼쳐진다. 거대하고 압도적인 풍광 앞에서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을 묘사한 덕분에,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당분간은 작은 투정 같은 건 꿈도 못 꾸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색다른 해결책이 영화의 스토리 전개에 발목을 잡은 건 사실이다. 방대한 스케일의 화면 속 걷고, 걷고, 또 걷는 인물들의 대장정은 관객이 캐릭터들에게 감정을 이입할 여지를 좀체 주지 않는다. 극의 중반에 투입된 소녀 이레나가 혹여나 주연배우들과 만들어낼 멜로 라인이 있지 않을까 기대해보지만, 소녀 역시 그럴 여지를 남기지 않고 쓸쓸히 퇴장해버린다. 디테일한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만들어내지 않은 탓에 <웨이 백>은 감동적인 드라마보다 <내쇼널 지오그래픽>을 보는 감흥에 더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