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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된 전략만 취했더니 중간도 못 가네 <사랑이 무서워>
김성훈 2011-03-09

홈쇼핑 시식모델 상열(임창정)은 동료 모델 소연(김규리)을 짝사랑한다. 빼어난 얼굴과 몸매를 앞세워 매번 최고 매출을 기록하는 콧대 높은 소연에게 ‘보통 남자’ 상열이 눈에 들어올 리 없다. 어느 날 소연은 남자친구인 홈쇼핑 박 PD(김태훈)의 아이를 임신한다. ‘아이를 낳겠다’고 박 PD에게 말한 소연에게 돌아온 건 ‘낙태 수술을 받으라’는 매몰찬 말과 이별 통보다. 이대로 아이를 낳게 되면 미혼모가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소연은 이런저런 방법을 고민하다가 우연히 하룻밤을 잔 상열에게 눈을 돌린다.

소재가 혼전 임신이라는 점에서 <사랑이 무서워>는 임창정의 전작 <색즉시공>(2002)을 연상시킨다. 주인공인 대학생 은식(임창정)의 고민을 나름 현실적으로 풀어내려는 흔적이 엿보인 <색즉시공>과 달리 이 영화의 상열과 소연에게 벌어지는 상황은 다소 판타지처럼 보인다. 두 남녀가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캐릭터라고는 하나 ‘미혼모가 되기 싫어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와 결혼한다’는 설정은 다소 억지스럽다. 로맨틱코미디 특유의 서사 전개의 리듬감과 재미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상열의 엄마 역으로 출연한 김수미가 란제리 동영상을 보고 있는 상열의 방에 들어와 “뭔 짓을 하기에 바닥에 털이 많아” 하면서 청테이프로 아들의 털을 청소하는 장면이 그나마 웃음을 유발한다. 서사 전개 방식, 캐릭터 묘사, 특히 바보 같은 남자가 진심을 통해 미녀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 설정 등 <사랑이 무서워>는 그간 임창정이 등장하는 로맨틱코미디의 주요 클리셰들을 그대로 따르는 안정된 전략을 취한다. 그러나 영화는 어느 하나 중간도 못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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