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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미래인가 사랑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뉴욕에서 만난 <컨트롤러>의 맷 데이먼과 에밀리 블런트, 조지 놀피 감독

운명과 자유의지의 대결. 로맨틱과 스릴러, 공상과학과 정치드라마가 뭉뚱그려진 <컨트롤러>는 매일 크고 작은 수많은 결정을 하는 현대인에게 ‘과연 이 결정이 내 의지로 한 것인가, 아니면 보이지 않는 힘 또는 운명이 작용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그러니까 일종의 성인 관객을 위한 스릴러라고 할 <컨트롤러>는 우리에게 질문한다. 과연 당신이라면 대통령이 될 수 있는데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가 될 수 있는데도, 이 밝은 미래를 버리고 사랑을 선택할 수 있을까?

정치계에서 데이빗 노리스(맷 데이먼)는 거의 록스타다. 부유한 상류계층 가문과는 거리가 먼 브루클린의 보통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가장 어린 나이에 뉴욕 하원의원이 된 자수성가 정치인이다. 출중한 외모와 서글서글한 성품 때문에 그가 연설을 하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행사장 일대가 인산인해를 이룬다. 하지만 데이빗은 가끔 욱하는 성격 때문에 타블로이드 신문을 장식하기도 한다. 그는 주먹싸움을 벌이기도 하고, 짓궂은 대학생처럼 장난을 하다가 사진에 찍혀 중요한 선거를 망치기도 한다.

선거에 패배한 데이빗이 지지자들 앞에서 할 감사 연설을 준비하기 위해 텅 빈 호텔 남자 화장실에서 혼잣말을 하고 있을 때, 불쑥 엘리스 셀라스(에밀리 블런트)가 비어 있는 줄 알았던 화장실 칸에서 나온다. 모던 발레 댄서인 엘리스는 같은 호텔에서 열린 결혼식장에 초대장 없이 참석했다 경비원들에게 쫓겨 남자 화장실에 숨어 있던 중 데이빗의 혼잣말이 길어지자 지루해져 뛰쳐나왔다고 말한다. 수년간 정치 캠페인 때문에 계획된 스케줄대로 움직여온 데이빗은 자유분방한 그녀의 모습에 끌리고, 선거에는 패배했지만 멋진 연설로 미래를 기약한다.

몇년 뒤 차기 선거를 준비 중이던 데이빗은 버스에서 엘리스를 우연히 만난다. 이들은 두 번째 만남에서도 서로에게 깊은 애정을 느낀다. 데이빗은 엘리스의 전화번호를 따내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데이빗이 엘리스를 다시 보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데이빗의 운명과 미래를 다듬어가는 일명 조정국(The Adjustment Bureau)이 있었던 것. 조정국 요원들은 데이빗은 물론 인류의 전체적인 큰 흐름을 조정하는 일종의 ‘천사’ 같은 역할을 한다. 훗날 세상을 위해 큰일을 할 주역으로 키워진 데이빗이 조정국의 미래 설계에 포함돼 있지 않는 엘리스와 사랑에 빠지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과연 데이빗은 조정국이 제시한 운명처럼 만들어놓은 길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사랑을 따라 엘리스와 보이지 않는 길을 택할 것인가.

<컨트롤러>는 <오션스 트웰브>와 <본 얼티메이텀>의 각본가 조지 놀피의 감독 데뷔작이다. 놀피는 필립 K. 딕의 단편소설 <어저스먼트 팀>을 바탕으로, 현대인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원작의 주인공 직업인 보험 세일즈맨을 정치가로 바꾼 것은 물론, 주인공 데이빗과 엘리스의 로맨스를 가미했다. 놀피 감독은 <오션스 트웰브> 작업 당시부터 맷 데이먼을 염두에 두고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여러 작품을 함께하면서 친분을 다진 조지 놀피와 맷 데이먼은 작품 초기부터 많은 토론을 하며 작업해, 이후 제작 예산과 출연진 확보에도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조연진이 특히 화려하다. 데이빗의 케이스를 담당하는 조정국 요원 해리 역에 <허트 로커>의 앤서니 마키, 해리의 직속상관인 리처드슨 역에 TV시리즈 <매드 멘>으로 유명한 존 슬래터리 등이 출연해 수준급의 연기를 보여준다. 물론 조정국 국장 톰슨을 연기하며 엄청난 포스를 자랑하는 테렌스 스탬프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컨트롤러>는 독특한 극 전개 외에도 또 다른 볼거리를 소개한다. 바로 ‘뉴욕’이다. 70일간 85곳의 로케이션장에서 촬영한 이 작품은 많은 뉴요커가 도보나 공공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처럼 멋있는 고공 촬영보다는 눈높이로 뉴욕의 구석구석을 보여준다. 뉴욕 공립도서관부터 록펠러 센터까지,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부터 브루클린 다리까지, 매디슨 스퀘어 파크에서 웨스트 빌리지까지. <컨트롤러>는 뉴욕을 별천지가 아닌 살아 숨쉬고, 생동감있는 ‘도시’로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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