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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데이먼] 멈추지 않는 질주 본능
이화정 2011-02-28

본 시리즈 이후 다양한 장르 오가는 <더 브레이브> <컨트롤러>의 멧 데이먼

‘본’ 이후에 남겨진 것들, 맷 데이먼의 선택이 궁금했다. 최근 그의 선택은 다양한 장르의 종횡무진이다. 곧 개봉할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화 <히어애프터>에선 사후세계와 소통하는 남자로, 코언 형제의 <더 브레이브>에선 무법자를 노리는 특수경비대원을 연기한다. 가장 먼저 우리가 볼 그의 변화는 <컨트롤러>의 데이빗이다. 조지 놀피 감독의 <컨트롤러>에서 그는 연인을 지키기 위해 조정국의 감시에서 벗어나야 하는 운명에 처한 정치가로 분한다. 제이슨 본이 아니더라도 어쨌든 맷 데이먼은 뛰고 또 뛰는 도망자의 운명에서 비켜갈 수 없나보다.

<굿 윌 헌팅>의 ‘윌’은 스무살이었다. 윌이 ‘MIT 공대에서 바닥 청소나 하고 있을 때’ 당시 맷 데이먼의 실제 나이는 27살이었다. 왜 나이 타령이냐고? <컨트롤러>의 제작사로부터 맷 데이먼의 표지 컷을 받아들었을 때, 희끗희끗한 머리를 보니 새삼 그의 과거가 스쳐갔다(아닌 게 아니라, 그와 최근 만난 현지 기자도 회갈색이 된 그의 머리카락에 대한 소회를 토로했다). 그가 스무살의 윌로 성공적인 데뷔를 치르고, 폴 그린그래스 감독과 함께 30대의 자신을 영화사에 확실히 자리매김하는 동안 본 시리즈는 막을 내렸다. 70년생 배우 맷 데이먼도 이제 40대 중년으로 접어들었다. 신작 <컨트롤러>에서 맷 데이먼의 상대역인 에밀리 블런트는 “맷 데이먼은 너무 잘 뛴다. 굉장히, 짜증이 날 만큼 빠르다”고 그의 체력을 질투하지만, 냉정하게 보자면 속도에 관한 영화로는 이 작품이 정점이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컨트롤러>는 데이먼의 액션에 헌사하는 본 시리즈와 다르다. 특이하게도 <컨트롤러>는 단도직입적으로 러브스토리를 전개한다. 정치가 데이빗(맷 데이먼)은 첫눈에 반한 발레리나 엘리스(에밀리 블런트)와의 사랑을 사수하기 위해 운명에 맞선다. 영화엔 사람들의 운명을 조정할 수 있는 미지의 조정국이 등장하고, 그는 사랑이냐, 전도유망한 미래냐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몰린다. 필립 K. 딕 원작, SF라는 장르를 벗겨내면 온전히 ‘사랑’만이 남는다. 사실 데이먼에게 인상적인 연애라곤 웨이트리스와 결혼한 실제의 ‘신데렐라 스토리’가 유일했다.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본’ 트릴로지에서 여자친구의 죽음은 ‘제이슨 본’이 고군분투하는 동력의 구실이었지, 전면에 나서지 않아왔다. 오죽하면 사랑으로 움직이는 데이빗을 두고 데이먼조차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로맨틱한 역할이라니! 난 지금 미개척 분야에 도전하고 있는 중이다.” <오션스 트웰브>의 각본 작업부터 데이먼과 함께해온 <컨트롤러>의 조지 놀피 감독은 그럼에도 데이빗 역할은 처음부터 ‘맷’이어야 한다고 상정했다. “맷은 내가 아는 한 가장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다. 그래서 오히려 러브스토리에 등장하면 가장 현실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데이먼이 가진 평범함의 미학은 최근 <히어애프터>를 함께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도 언급한 바 있다. “맷은 진짜 남자처럼 보이고, 그렇게 연기하는 걸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잘생긴 배우지만 모든 남자를 대표할 수 있는, 초상할 수 있는 얼굴을 가진 배우가 그다.” <컨트롤러>에선 원작 <어드저스먼트 팀>의 세일즈맨을 전도유망한 정치가로 바꾸기까지 했으니, 지적인 데이먼에게 이보다 더할 나위 없는 현실성을 부여한 셈이다.

<컨트롤러> 촬영장의 조지 놀피 감독, 맷 데이먼, 에밀리 블런트(왼쪽부터).

모든 남자를 대표하는 얼굴

전세계 동시 개봉인 <컨트롤러>는 아직 시사 전이고, 그 누구도 아직까지 데이먼의 변화를 직접 확인하진 못했다. 그러나 ‘본’ 프랜차이즈의 성공 이후 마틴 스코시즈, 클린트 이스트우드, 코언 형제 같은 할리우드의 영향력있는 감독의 ‘섭외 리스트’에 올라 있는 데이먼으로는 더이상 초조할 것이 없어 보인다. “마흔이 되면서, 살면서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은 기분이다. 결혼해서 아이들도 있고 서른살 때라면 걱정했을 많은 문제를 이젠 더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유독 화제작이 많은 그의 근황. 그럼에도 <컨트롤러>와 함께 연달아 출연한 코언 형제의 <더 브레이브>나 이스트우드의 <히어애프터>로 오스카 후보 지명에 실패하는 등 그가 시상식의 주인공이 되진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기대를 가질수록 실망이 커진다. 영화를 만들기 전에 판단할 수 있다면 다들 성공하는 영화에만 출연하겠지.” 오히려 그의 선택 기준은 좀더 확실하다. “성공한 배우들은 현재 위치를 지키기 위해 대부분 안전한 선택을 하려 든다. 난 결코 그 길을 따르지 않아왔다. 마틴 스코시즈가, 코언 형제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함께하자는데 거절할 이유가 어디 있나. 좋은 시나리오와 좋은 작품이 들어오니 결정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그러니 이 경우에 선택이란 말을 쓰는 건 맞지 않다”라며 자신에게 온 행운을 잊지 않는다.

절친인 벤 애플렉까지 연출 데뷔를 한 마당이니 데이먼에 대한 관심은 과연 언제 그가 빌리 밥 손튼이나 로버트 레드퍼드, 조지 클루니의 맥을 이어 연출에 뛰어드느냐다. 물론 그는 “감독이 되는 건 신중하게 고려할 일이다”고 응수한다. “훌륭한 감독들이 일하는 동안 난 그들 옆에 당분간 배우로 존재할 거다.” 어쨌든 가장 확실한 계획은 데이먼이 본 시리즈의 다음 편인 <본 레거시>에 등장하지 않을 거란 사실이다. 최근 <엠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토니 길로이 감독이 본 시리즈를 만든다는 소식을 온라인으로 봤다.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았고 전화조차 없었다.” 제안을 받았더라도 폴 그린그래스 없이 출연할 데이먼은 아니다. “본의 저작권은 제작사에 있을지 모르지만 진짜 본 캐릭터는 폴과 내게 있다!” 말마따나, 데이먼의 제이슨 본은 떠났다. 이제 새로운 그의 캐릭터를 맞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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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UPI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