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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예술과 전통에도 포장술은 필요해
안현진(LA 통신원) 2011-02-23

재정난에 허덕이는 LA 예술영화전용관, 장밋빛 미래 가능할까

베버리힐스에 자리한 영화관 ‘뮤직홀3’.

예술영화전용관의 미래, 있다? 없다?! 2011년 2월, LA에서는 예술영화전용관의 생존을 염려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월3일자 <LA위클리>는 “State of the Art House”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내놓았다. 이 기사는 ‘LA에서 예술영화와 전용상영공간이 발디딜 곳이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베벌리힐스에 위치한 영화관 ‘뮤직홀3’가 직면한 최근의 재정난을 실마리 삼아 풀어냈다.

‘뮤직홀3’는 LA 기반 아트하우스 극장체인 램리 시어터스(Laemmle Theaters)에서 1938년부터 75년 가까이 운영해온 유서 깊은 영화관이다. 특히 뮤직홀3는 단관으로 출발해 40년 전 스크린을 3개로 늘렸고, 미국영화협회, 미국작가협회에서 운영하는 극장들과 함께 스튜디오의 수혜를 입지 못한 예술영화, 다큐멘터리, 단편영화, 애니메이션의 등용문이자 소개의 장으로 활약해왔다. 뮤직홀3에 ‘오스카로 향하는 비밀스러운 길’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도, 램리 시어터스 소유의 극장들이 시행했던 ‘Four-Walling’이라는 시스템 덕분이다. Four-Walling은 극장을 임대료를 받고 빌려주는 대신에 상영료는 감독 혹은 스튜디오로 돌아가는 배급상영 시스템을 이른다. 오스카 시상식이 가까워지면 뮤직홀3, 클레어몬트5, 선셋5 등 LA 서쪽에 위치한 극장들은 오스카 시상식용 단편영화 및 해외영화, 다큐멘터리를 앞서 만나려는 관객으로 북적였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점점 극장의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현금줄로 유용되었고, 최근 램리 시어터스는 뮤직홀3의 월 임대료가 1만4500달러라고 홈페이지에 광고하는 것으로 이 고색창연한 20세기적 공간의 유지가 시간문제라는 것을 드러냈다.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극장들이 호객에 어려움을 겪는 근본적인 이유는, 어떤 입장에서 대답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시네필들은 LA는 알려진 것과 다르게 다양한 영화를 만나기에 적합하지 않은 도시라고 할 것이며, 배급자들은 막상 영화를 걸고 나면 찾는 관객이 없다고 항변할 것이다. 해외영화제 수상작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킹의 거품이 정작 박스오피스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뉴욕에서 일주일간 상영되는 영화는 LA에서는 길어야 이틀 스크린에 비친다. LA에서 얻어지는 스페셜티 필름(예술영화, 독립영화 등 대규모 마케팅을 동원하지 않고 극장에 걸리는 영화들)의 수익은 뉴욕과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하다는 것도, LA에서 예술영화를 만나기 힘들어지는 까닭이다. 주차시설, 푸드코트 등 부대시설이 갖추어진 좌석이 편안한 극장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좌석간 층 고저가 없는 옛날 극장에 갈 것인지는 계산기를 두드려보지 않아도 쉽게 답이 나온다.

안타까운 현실을 그저 안타까워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일각의 의견이다. LA가 뉴욕 같을 수 없다면 관객이 극장을 찾아오도록 계획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스페셜티 필름을 1차로 상영하는 전용관들이 호객에 어려움을 겪는 반면 누아트, 뉴베벌리, 시네패밀리, 이집션 시어터 등 LA 동쪽에 위치한 이 재상영관들은 고전영화들을 꾸준하게 상영하는 동시에 일주일에 하루는 “상영관을 찾지 못해 관객과 만날 기회를 놓친 새로운 영화들”을 위해 스크린을 내주는 상반된 상영 전략을 모색해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고 있다. 2009년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수상작인 <송곳니>(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시네패밀리에서 일주일간 상영됐고, 첫주 수입은 1만6천달러에 달했다(뉴욕의 첫주 수입보다 2배 많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스콧 필그림 vs 더 월드>는 멀티플렉스에서 1주일 뒤 내려졌으나 뉴베벌리 극장에서 재상영에 들어갔다. 한데 상영 첫날 감독 에드거 라이트가 출연진 13명을 대동하고 뉴베벌리에 나타나 한밤의 GV를 개최하는 이벤트로 <스콧 필그림 vs 더 월드>는 입소문을 타게 됐고, 극장은 관객으로 넘쳐났다.

이제 영화는 어떻게 포장하느냐도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이벤트가 필요하다면 이벤트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이 영화를 위해 극장을 찾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른바 ‘옛날 극장’들이 도태되는 현실을 통해 드러난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되돌아가면, LA 예술영화전용관의 미래는 있는 것도 같다. 관객의 눈이 영화만 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만 고려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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