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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고백>과 <악인>의 교훈
문석 2011-02-07

上 <고백>, 下<악인>

지난해 일본 영화계에 일어난 변화상을 탐구하는 이번주 특집기사는 매우 흥미롭다. 애니메이션과 TV드라마의 영화 버전이 지배하던 일본 영화계에 파격을 가져온 건 <고백>과 <악인>이다. <씨네21>을 그만두고 일본에서 1년간 체류했던 정재혁에 따르면 이 두 영화가 흥행에서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한 일본 영화인은 거의 없었다. 너무 어둡고 강렬한 내용의 영화였기 때문이다. 아직 두편의 영화가 일으킨 파장이 어떤 식으로 마무리될지 알 수는 없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롭고 과감한 시도가 대중으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대기업 자본이 영화시장을 지배한 이후로 한국영화의 색채는 단조로워졌다. 상당수 영화가 비슷하게 심심하고 밍밍한 느낌을 준다. 아마도 투자·배급사들이 행하는 복잡한 투자심사와 시나리오, 편집본 모니터 등 ‘생산 관리’ 공정 때문인 듯 보인다. 물론 여기에는 한때 투자수익률이 최악이었다는 배경이 존재한다. 최악 아니면 더 최악의 영화들(그것도 상당한 제작비가 든)이 쏟아져나오던 2007, 2008년을 떠올리면 투자·배급사가 생산 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사정도 이해된다. 하지만 세계가 찬탄했던 2000년대 초반의 역동성은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평균적인 상업영화가 즐비한 시장도 일견 괜찮아 보이긴 한다. 하지만 관객이 존재가 싫증과 짜증을 달고 사는 존재라는 점을 고려하면 ‘영화의 평준화’는 시장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대기업 기반 투자·배급사와 멀티플렉스 체인이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현재의 구도에서는 조변석개하는 관객의 취향을 맞춰줄 새롭고 과감한 영화가 기획되기 어렵다. 1년 단위로 실적을 평가하는 그들은 ‘안정성’을 최우선 목표로 내세우기 때문이다. 영화계 내부 힘의 균형을 회복해야 하는 건 그 때문이다. 그 핵심에는 프로듀서가 있다. 개성 강하고 독특한 취향의 프로듀서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역동성을 되찾는 일도 가능하다.

최근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는 총회를 열고 회장단을 새로 선임했다. 차승재 회장은 유임됐지만 기존 50대였던 부회장단은 원동연 리얼라이즈 픽쳐스 대표, 이은 명필름 이사, 조광희 영화사 봄 대표 등 40대로 바뀌었다. 젊어진 만큼 의욕도 넘친다. “투자자의 독점적인 파워를 견제해서 공정한 질서를 만들고, 부가판권시장을 더욱 확대하며, 표준계약서를 도입하는 등 산업의 각 공정을 합리화한다”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제협이 꾸준히 주장해왔던 이야기지만,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건 새 부회장단이 상당한 ‘전투력’의 소유자들이기 때문이다. 또 아랫세대 프로듀서들과도 활발하게 교류·연대할 것이라 하니 ‘영화계 생태계 복원’이라는 제협의 당면 목표에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우리는 이 과정을 통해 좀더 용감하고 진일보하는 영화를 보는 기회를 얻게 되기를 강렬히 희망한다. <고백>과 <악인>이 그랬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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